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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소득도 늘렸다" 오세훈표 안심소득 실험 놀라운 변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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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최초 소득 보장 정책 실험인 ‘안심소득’ 중간조사 결과가 나왔다. 안심소득(현금)을 받는다고 해서 저소득층 근로 의욕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게 핵심 내용이다.

서울시는 20~21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을 열고 지난해 7월부터 추진한 안심소득 시범사업 1차 중간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안심소득은 중위소득 85% 이하이면서 보유 재산이 3억2600만원 이하인 저소득층 가구에 중위소득과 가구소득 간 차액의 절반을 지원하는 제도다. 올해는 1인 가구 기준 최대 88만3110원을 받았다.

안심소득 수령자 21.8% 근로소득 늘어

안심소득 지원 금액. 그래픽=김현서 디자이너

안심소득 지원 금액. 그래픽=김현서 디자이너

서울시는 1단계로 지난해 7월부터 484가구에 안심소득을 지원했다. 급여 지급 기간은 3년이다. 정책 효과를 검증할 수 있도록 비교집단 1039가구도 선정했다.

그 결과 1단계 시범사업 대상 중 104가구(21.8%)는 지난달 기준으로 근로소득이 증가했다. 이중 선정 당시 소득 기준인 중위소득 50%를 초과한 가구는 56가구(11.7%)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안심소득을 기반으로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한 덕분에 소득이 다소 증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안심소득 지원가구 간담회 및 약정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안심소득 지원가구 간담회 및 약정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이들 중 4.8%(23가구)는 가구소득이 중위소득 85% 이상으로 증가해 안심소득을 더는 받지 않을 정도였다. 이는 지난해 기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탈피율(0.07%)이나 주거급여 탈피율(0.83%)과 비교하면 더욱 도드라진다.

여기에는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하후상박(下厚上薄·위는 박하고 아래는 후함)형 안심소득 구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늘어나면 더는 지원하지 않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와 달리, 안심소득은 수급자가 지원받는 도중 소득이 증가하더라도 수급 자격을 유지하면서 차등 지급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에 대해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안심소득은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보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도움이 되고, 소득이 늘어 수급 대상에서 벗어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행 복지제도 대비 근로의욕을 저해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안심소득을 받은 이후 소비가 증가한 항목은 의료 서비스(30.8%)가 가장 많았고, 교통비(18.6%)·식료품(12.4%) 등 필수 재화 소비가 뒤를 이었다. 안심소득을 받은 사람이 병원을 가거나 이동을 하는 등 필요한 곳에 지출을 늘린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소득·정신건강 등 지표 개선 확인

20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에스테르 뒤플로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와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에스테르 뒤플로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와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심소득 수령 이후 전반적으로 삶의 질이 향상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자존감·우울감·스트레스 등 정신 건강 항목 표준화 점수가 각각 14.6~18.1% 오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는 내년에 안심소득 지원 가구를 늘리고 2027년 6월까지 5년간 안심소득 시범사업 성과평가를 진행한다. 안심소득이 노동 공급을 촉진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체·정신 건강은 노동 시장 참여와 직접 관련이 있다”며 “다만 안정적인 결과를 도출하려면 시범사업을 전국 단위로 확대해 지속해서 효과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안심소득 포럼에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에스테르 뒤플로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와 ‘복지 사각 및 소득 격차 해소를 위한 새로운 보장제도 모색’을 주제로 논의했다. 뒤플로 교수는 “보편적 소득보장 제도는 빈곤국에 적합하다면, 한국과 같은 부유한 국가는 선별적 소득보장 제도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은 “실업·폐업 등 갑작스럽게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스스로 가난하다고 증빙하지 않고 자동으로 돈을 지급하는 안심소득 제도는 현행 복지제도와는 달리 근로 의욕을 저하하지 않도록 설계했다”며 “더 많은 시민이 희망을 잃지 않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새로운 복지 시스템을 만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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