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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카오 ‘플랫폼 반칙’ 미리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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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거대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 대상으로 사전 지정하는 내용의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을 도입한다. 독과점 플랫폼의 시장질서 교란 행위를 차단하고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보호하자는 취지에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19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플랫폼 경쟁 촉진법 도입과 관련한 내용을 보고했다. 일부 대형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사전에 지정하고, 이들에 대해선 자사 우대 등 불공정 행위를 원천 금지하는 내용이다. 정부가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네이버·구글(포털), 카카오톡(메신저), 유튜브(동영상), 안드로이드·iOS(운영체제) 등이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공정위는 세부적인 지정 기준 등은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영향력이 절대적인 초거대 플랫폼에 대해서만 지정해 관리하겠다는 방침은 확실히 했다. 공정위 내부적으로 계산한 결과, 지정 플랫폼이 국내외 사업자를 합쳐 10개를 넘어가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들은 플랫폼에 광고료와 수수료를 내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고 호소한다”며 “독과점 구조가 고착화되면 소상공인들이나 소비자들은 다른 서비스로 갈아탈 수 없고, 선택의 자유를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간의 자율과 창의는 철저히 보장돼야 하지만, 기득권이나 독점력을 남용해 경쟁을 제약하고,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 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고 플랫폼 내에서 소상공인을 부당 차별하거나 독점적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 등에 대해 “시정 노력과 함께 강력한 법 집행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은 “독점력 남용을 근본적으로 시정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가 부처 간 칸막이를 과감하게 허물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취지에서 마련되는 공정위의 지배적 사업자 지정 기준은 정량·정성적 요소를 고려해 정한다. 검색엔진·오픈마켓·메신저·클라우드·온라인 광고 등 각각의 적용 영역에서의 국내 매출액과 이용자 수를 정량적 기준으로 삼는다. 소비자에게 독점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정성적 요소도 고려한다. 이는 유럽연합(EU)이 도입한 디지털시장법과 유사한 방식이다. 디지털시장법은 EU 내 연간 매출액 75억 유로(약 10조원) 이상의 플랫폼을 대상 기업으로 지정해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되면 네 가지 독과점 남용 행위가 금지된다.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 대우 요구 등이 금지 행위다. 예컨대 카카오모빌리티가 배차 알고리즘을 이용해 카카오 가맹택시를 우대하거나, 구글이 플레이스토어에만 게임을 출시하고 원스토어에서는 앱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멀티호밍 제한) 등이다.

플랫폼 경쟁 촉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경쟁 제한성이 없다는 것을 플랫폼 사업자가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위반으로 판단되면 기존 공정거래법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기존 공정거래법에 온라인 플랫폼법까지 더해지면 이중 규제로 시장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과도한 규제가 국내 디지털 경제의 성장동력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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