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하림 “승자의 저주라던 팬오션 인수, 1년 뒤 신의 한 수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김홍국

김홍국

김홍국(사진) 하림그룹 회장이 국내 1위 해운사 HMM 인수 이후 “사업 규모를 더욱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18일 하림이 HMM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김 회장은 시중 은행 4곳으로부터 3조원 규모 투자확약서를 받았다며 인수 자금 조달 계획도 밝혔다.

김 회장은 19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작은 회사가 큰 회사를 인수한다며 우려하는데 오히려 회사 규모를 키우게 돼서 서로 좋은 일”이라며 “수익도 낼 수 있고 이로 인해 국가가 좋아지는 것이 저의 큰 보람”이라고 강조했다.

하림그룹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집계 기준 자산 17조원을 보유해 대기업집단 중 27위 규모다. HMM은 자산이 이보다 8조8000억원 많은 25조8000억원으로 19위다. 지난해 HMM은 매출 18조5868억원, 영업이익 9조9455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림과 HMM의 자산을 합치면 42조8000억원으로 불어난다. 하림이 HMM을 최종 인수하면 CJ그룹(40조7000억원)을 제치고 KT(45조9000억원)에 이은 재계 13위로 올라선다. 코스닥에 상장된 하림의 이날 주가는 전일 대비 30% 오른 3775원을 기록했다. 코스피에서 HMM도 5.1% 오른 1만8430원으로 마감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축산·식품업을 주로 하던 하림은 2015년에 국내 최대 벌크선사 팬오션(옛 STX팬오션) 지분 58%를 1조80억원에 인수하며 해운업에 뛰어들었다. 이날 통화에서 김 회장은 “팬오션을 경영해보니 욕심을 부리면 안 되겠더라”며 “하림은 ‘지속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경영을 잘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팬오션을 인수할 때도 사람들은 ‘승자의 저주’라고 했으나 1년 뒤에는 ‘신의 한 수’라고 하더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팬오션은 국내 1위 벌크 해운사로 올해 상반기 기준 벌크선 301척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화물 1억t(톤)을 전 세계에 운송하고 있다.

인수 자금 확보 방안도 밝혔다. 현재 하림의 현금성 자산은 1조6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김 회장은 “인수 자금을 예비입찰 전에 확보했다”며 “자금을 준비 안 해두고 인수에 나설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팬오션은 한진칼 주식 390만3973주를 1628억원에 처분하기도 했으며, 하림은 호반그룹과 손잡고 약 5000억원 규모로 팬오션 영구채 발행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민·우리·신한·농협 등 은행 4곳에서 투자확약서(LOC)를 받았다”면서 “3조원이 넘는 규모인데 다 쓰지 않고 2조원 정도만 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HMM 사업 규모를 더욱 키워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한국 해운업을 세계 5위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며 “세계 시장에서 HMM의 영업 비율이 3% 정도밖에 안 되는 데 앞으로 이를 더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하림이 본 계약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거나,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라며 “앞으로 10년간 HMM 내부에서 나오는 이익과 별개로 친환경 선박 투자 등에 10조원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데 하림이 그럴 여유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HMM 해운노조의 움직임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노조는 “하림의 곳간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인수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이 파업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 향후 해운업황은 경기침체와 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 부진, 운송선박 공급 증가 등으로 하락세가 불가피한 것도 변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