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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첫 낙서범, 10대 남녀였다…“돈 주겠단 제안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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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복궁 담장에 라커스프레이로 낙서를 하고 도주한 10대 남녀가 범행 사흘 만에 검거됐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19일 오후 7시8분쯤 경기도 수원시 주거지에서 임모(17)군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임군은 지난 16일 새벽 경복궁 담벼락 등 3곳에 ‘영화 공짜’ 문구와 ‘○○○티비’ 등 불법 영상 공유사이트 주소를 적으며 낙서한 혐의를 받는다. 함께 검거된 A(16)양은 현장에는 있었지만 낙서엔 가담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임군은 “불법 영상 공유사이트 낙서를 쓰면 돈을 주겠다”는 지인의 제안을 받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두 사람은 주거지 인근에서 택시를 타고 16일 오전 1시쯤 경복궁 인근에서 하차했다. 임군은 오전 1시42분쯤 빨간·파란색 스프레이를 이용해 경복궁 영추문 좌·우측 6.25m 구간에 낙서했다. 또 오전 1시55분엔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좌·우측 담장 38.1m 구간에도 낙서를 남겼다. 임군은 낙서 이후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그는 2시44분쯤에는 영추문 도보 6분 거리에 있는 서울경찰청 주차장 입구 우측 담장에도 9m가량 낙서를 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문화재보호법 위반과 재물손괴죄 적용을 검토 중이다. 문화재보호법은 국가지정문화재를 손상, 절취 또는 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한 자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이들의 범행은 모방 범죄로도 번졌다. 지난 17일 오후 10시쯤 20대 남성 B씨는 경복궁 영추문 좌측에 붉은색 라커스프레이로 낙서를 했다. 앞서 임군의 낙서로 이미 훼손돼 문화재청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던 곳으로, 국내 밴드 이름과 그의 앨범명을 적은 가로 3m, 세로 1.8m 크기의 낙서였다. 그는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범행 14시간여 만인 18일 오전 11시45분쯤 종로경찰서에 자수했다. B씨는 이날 경찰 조사에서 “관심을 끌고 싶어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범인의 신병을 모두 확보한 경찰은 범행에 착수한 경위, 사전 모의 여부, 1·2차 범죄의 연관성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문화재청은 보존 처리 전문가 20여 명과 스팀 세척기 등 장비를 투입해 경복궁 담장을 복구 중이다. 복구에는 최소 1주일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추후 CCTV를 추가로 설치하고 감시인력을 보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경복궁 내부에는 CCTV가 415개 설치됐지만, 외벽을 향한 CCTV는 14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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