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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 속 버스 2시간 기다렸다" 병원행도 포기하는 서산 주민 [르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이 3일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충남 서산 시민들은 버스까지 파업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또 조립식 주택에 사는 강원 강릉의 산불 피해 이재민들은 추워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다고 한다.

19일 오전 11시 충남 서산시 음암면행정복지센터(면사무소) 앞 시내버스 정류장. 평소 같으면 서산 시내로 나가려는 주민이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줄지어 기다렸던 곳인데 의자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파업으로 시내버스 운행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19일 오전 충남 서산 공용버스터미널에서 승객들이 임시로 운행하는 전세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서산에선는 지난 14일부터 시내버스 운행이 전면 중단되면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신진호 기자

19일 오전 충남 서산 공용버스터미널에서 승객들이 임시로 운행하는 전세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서산에선는 지난 14일부터 시내버스 운행이 전면 중단되면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신진호 기자

서산시가 급하게 전세버스와 공용버스를 투입했지만, 노선이 한정된 데다 배차 시간도 길어 시내로 나가는 걸 포기한 주민도 적지 않다고 했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들은 “지난주에는 폭설이 내리는데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아서 병원에 가려다 (집으로) 되돌아왔다”고 말했다. 행정복지센터에는 택시 5대가 배치돼 주민을 실어 날랐다.

14일부터 시내버스 운행 중단…전세버스 대체

서산공용버스터미널은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으로 가득했다. 영하 3~4도에 찬바람까지 불자 시린 발을 동동 굴렀다. 평소 30~40분 단위로 운행하던 시내버스 대신 1시간에서 길게는 2시간을 기다려야 겨우 서산시가 마련한 전세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시민은 “버스를 기다리는 지루함에 강추위까지 계속돼 정말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19일 오전 충남 서산 공용버스터미널에서 승객들이 임시로 운행하는 전세버스 배차시간을 확인하고 있다. 서산에서는 지난 14일부터 시내버스 운행이 전면 중단되면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신진호 기자

19일 오전 충남 서산 공용버스터미널에서 승객들이 임시로 운행하는 전세버스 배차시간을 확인하고 있다. 서산에서는 지난 14일부터 시내버스 운행이 전면 중단되면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신진호 기자

서산 시내버스는 지난 14일부터 엿새째 운행이 중단됐다. 시내버스 업체인 서령버스㈜는 ‘운송수익금이 압류돼 유류를 확보할 수 없다’며 보유 버스 52대 가운데 전기·수소차 등 13대만 운행하고 있다.

시내버스 업체 "수익금 압류돼 기름 확보 어려워" 

서산시는 전세버스(12대)와 관용차량(3대)을 주요 7개 노선에 투입했다. 도심과 읍·면 소재지까지만 한시적으로 투입하고 읍·면 소재지와 마을 사이를 오가는 주민을 위해 택시 50대를 긴급 배치했다. 전세버스 임차 비용과 택시 요금은 모두 시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한다.

서산시는 각 기관과 기업체 시차 출퇴근을 요청하고 출퇴근과 등·하교 때 승용차 함께 타기, 가까운 거리 걸어 다니기 또는 자전거 이용하기 등에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각급 학교에는 조기 방학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19일 오전 11시 충남 서산 공용버스터미널에 전세버스가 운행을 준비하고 있다. 서산에서는 지난 14일부터 시내버스 운행이 전면 중단되면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신진호 기자

19일 오전 11시 충남 서산 공용버스터미널에 전세버스가 운행을 준비하고 있다. 서산에서는 지난 14일부터 시내버스 운행이 전면 중단되면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신진호 기자

이번 사태는 서령버스가 충남버스운송사업조합 회비 2400만원과 직원 퇴직금 8400만원 등을 지급하지 않아 지난 8일 운송수익금을 압류당하면서 시작했다. 현재 부채는 130억원가량인데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서산시, 지난해 버스업체에 100억원 지원 

서령버스 측은 “자구책 마련에도 자치단체(서산시)가 지급하는 보조금이 부족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추가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서산시는 서령버스의 방만한 운영을 근본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서산시 등에 따르면 서령버스 대표이사 인건비(연봉)는 1억4600만원으로 충남 평균 8900만원보다 5700만원이나 많다. 관리직 인건비도 인근 시·군 대비 50% 이상, 외주 정비비는 63%, 타이어비는 80%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19일 오전 충남 서산시 음암면 행정복지센터 앞 시내버스 정류장에 운행 중단 안내문과 임시로 운행하는 전세버스 배차 시간이 붙어 있다. 신진호 기자

19일 오전 충남 서산시 음암면 행정복지센터 앞 시내버스 정류장에 운행 중단 안내문과 임시로 운행하는 전세버스 배차 시간이 붙어 있다. 신진호 기자

며칠째 계속되는 강추위는 산불 이재민까지 힘들게 하고 있다. 지난 4월 강원 강릉시에서 발생한 산불로 집을 잃은 최모(43·여·강릉시 저동)씨는 23㎡(7평) 남짓한 임시조립주택 2개 동에서 10살, 6살 딸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임시주택 1개 동은 최씨 부부가 또 다른 동은 아이들이 사용한다. 그런데 지난 18일 아이들이 생활하는 임시주택에 수도가 얼면서 물을 쓸 수 없게 됐다. 당장 수도를 녹일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지금은 온 가족이 모여 생활하고 있다.

산불로 집 잃은 주민들 임시주택 생활
최씨는 “추위에 수도가 얼어버린 것도 문제지만 산불 당시 집이 전소하면서 겨울옷 하나 챙기지 못했다”며 “어쩔 수 없이 점퍼 하나로 추운 겨울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소하기 전 최씨의 집은 191.4㎡(58평)로 규모가 꽤 큰 목조 주택이었다고 한다.

지난 4월 강원 강릉시에서 발생한 산불로 집을 잃은 최모(43 ·강릉시 저동)씨 가족이 생활하고 있는 23㎡(7평) 남짓한 임시조립주택. [사진 독자]

지난 4월 강원 강릉시에서 발생한 산불로 집을 잃은 최모(43 ·강릉시 저동)씨 가족이 생활하고 있는 23㎡(7평) 남짓한 임시조립주택. [사진 독자]

산불로 펜션이 전소해 임시조립주택에서 혼자 사는 김모(65·강릉시 안현동)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는 침대에 전기장판을 깔아 놨지만 찬 공기가 심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고 한다. 벽면에 단열재까지 붙였지만, 여전히 추워 두꺼운 옷을 입고 생활하고 있다. 김씨는 “화장실은 너무 추워서 두꺼운 옷을 입고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강원 강릉시에서 산불이 발생한 지 8개월. 당시 산불로 1명이 숨지고 산림 120.7㏊가 잿더미가 됐다. 주택 187동이 다 타고 17동은 일부 피해를 봤다. 이 산불로 이재민 551명이 발생했는데 이들 중 117세대 239명은 조립식 주택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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