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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尹 검찰총장 정직, 추미애의 위법한 징계"…1심 뒤집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법무부’로부터 받은 정직 2개월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승소했다.

19일 서울고법 행정1-1부(부장 심준보 김종호 이승한)는 윤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추미애 법무부의 징계 절차에는) 헌법상 적법 절차의 원칙과 관계 법령을 위반한 하자들이 있어 위법하다”며 “(절차상 하자에) 터 잡은 징계 처분 또한 위법해 취소를 면할 수 없다”고 봤다. 이는 “징계 사유는 중대한 비위행위라 면직처분도 가능했다”고 본 1심을 깬 것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왼쪽)과 윤석열 전 대통령. 뉴스1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왼쪽)과 윤석열 전 대통령. 뉴스1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으로 재직했던 2020년 12월 17일 추미애 당시 장관을 필두로 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로부터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징계 사유는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작성·배포 ▶채널A 사건 관련 감찰 ▶채널A 사건 관련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성 훼손의 4개였다.

윤 대통령은 이튿날 서울행정법원에 ‘징계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징계처분 취소를 청구하는 본안 소송을 각각 냈다. 법원이 8일 만에 윤 대통령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자, “추미애 장관이 윤 총장을 상대로 부당하게 내린 보복성 징계”라는 여론이 비등했다. 결국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국민께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사과 말씀을 드린다”는 사과문을 냈다. 윤 대통령은 이듬해 3월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했고 국민의힘에 입당해 20대선 후보로 나섰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정작 대선 직전인 2021년 10월 1심에서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정치적 중립성 위반’을 제외한 나머지 3개의 징계 사유를 모두 인정하며 “중대한 비위행위로서 면직 이상의 징계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은 즉각 항소했다. 지난해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심에서 승소한 대리인들을 이해충돌 등을 이유로 전면 교체했다. 그러자 이번엔 야권에서 “한동훈의 패소할 결심”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7월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7월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2심은 윤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1심과 달리 2심은 “징계사유의 정당함을 (별도로) 살필 것도 없이, 절차적 위법이 중대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당시 추 전 장관이 직접 징계를 청구한 뒤 당연직 징계위원장으로서 징계 절차에도 관여한 것을 ‘징계를 청구한 사람은 사건 심의에 관여하지 못한다’는 검사징계법 17조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법무부 장관이 징계 청구 후 1차 심의기일을 지정·변경하고 기일이 임박해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징계위원으로 신규 위촉하고 나아가 그를 위원장 직무대리로 삼은 것은 징계법 위반”이라고 했다.

또 징계위의 징계 의결이 원천무효인지에 대해서도 판단이 달라졌다. 당시 징계위(정원 6인)는 최태형 변호사의 불참 속에 ▶정한중 위원장 직무대리 ▶이용구 당시 법무부 차관 ▶안진 전남대 교수 ▶신성식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검사 ▶심재철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 등 5명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징계 과정에 개입했던 심 국장을 비롯해 이 차관, 정 교수, 안 교수 등 네 명에 대해 기피신청을 했지만 징계위는 심 국장에 대해서만 기피신청을 받아들였다. 이후 심 국장을 제외한 네 명이 2차 심의를 개시했고, 윤 대통령은 다시 정 교수와 신성식 반부패부장에 대한 기피신청을 냈다. 그러자 정 교수와 신 부장검사는 각자 자신의 기피 의결엔 퇴장하면서 나머지 기피 의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각 기피신청을 기각한 뒤 징계 의결에 참여했다.

쟁점은 ‘위원회는 기피신청이 있을 때 재적 위원 과반수와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기피신청을 의결한다. 기피 신청을 받은 사람은 그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검사징계법 제17조 4항에 대한 해석이었다. 1심 재판부는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문구를 “출석한 인원수(의사정족수)에는 포함되고 의결권만 없을 뿐”이라고 해석한 뒤 “일시적으로 퇴장했더라도 출석위원에서 제외되지 않는다”고 봤다. 즉 기피신청을 기각하려면 당시 재적 위원 6인 중 4인 이상이 출석해야 했는데, 이 4인 정족수가 마련됐다고 본 것이다.

반면 2심은 “기피신청을 받은 위원은 출석위원에서 제외하여야 하므로, (기피신청을 기각한 의결들은) 출석위원이 3인 이하로서 재적 위원 과반수에 못 미쳐 위법하다”며 “그들 모두가 참여해 윤 대통령에 대한 징계까지 의결했으니, 이 사건 징계 의결 자체도 개의정족수 미달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전경. 연합뉴스

서울고법·전경. 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변호인인 손경식 변호사는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징계는 절차적 위법이 매우 컸고 내용도 정치권·권력과 결탁한 일부 부주의한 언론이 속았던 사건”이라며 “대한민국 사법부의 질서가 원활히 기능해 법치주의를 견고히 지켰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야권의 “한동훈의 패소할 결심” 주장에 대해선 “대한민국 사법부와 사법 질서를 모욕하는 질 낮은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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