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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필요없어"vs"예산 살려라"…전북, 새만금 놓고 '자중지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8월 8일 새만금 잼버리에 참가한 세계 스카우트 대원 등이 태풍 ‘카눈’ 상륙으로 전북 부안군 야영장에서 철수하고 있다. 뉴스1

지난 8월 8일 새만금 잼버리에 참가한 세계 스카우트 대원 등이 태풍 ‘카눈’ 상륙으로 전북 부안군 야영장에서 철수하고 있다. 뉴스1

양경숙 "어떻게 재경도민회장이…"

잼버리 파행 이후 내년 사업비마저 대폭 깎인 새만금 신공항 건설을 놓고 전북 내에서 찬반양론이 분분하다. 김홍국 ㈜하림 회장이 지난 10월 재경전북도민회 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한 행사장에서 '새만금 국제공항이 필요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주장이 나오자 지역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경전북도민회 측은 "발언 취지가 왜곡됐다"고 반박하면서 같은 편끼리 싸우는 이른바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진 모양새다.

논란은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이 지난 12일 전북도의회에서 연 기자 간담회에서 불거졌다. 양 의원은 이날 "김 회장이 (지난 10월 30일 서울에서 열린 재경전주시민회 총회에서) 20여분간 축사를 하면서 '새만금은 계획부터 문제가 많다. 특히 공항은 필요가 없는데 만든다고 하니 이해가 안 된다'는 발언을 했다"며 "재경도민회장이 어떻게 그런 식으로 말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새만금 SOC 예산 삭감 갯벌 복원 촉구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새만금 SOC 예산 삭감 갯벌 복원 촉구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뉴스1

공동행동 "새만금 공항 백지화" 촉구 

김 회장은 내년도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78%(5147억원) 삭감에 반발한 전북 국회의원·도의원이 삭발한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는 게 양 의원 주장이다. 김 회장 발언은 전북 지역 102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새만금 국가사업 정상화를 위한 전북인 비상대책회의' 등 5개 단체가 지난달 7일 서울 국회 앞에서 연 전북인 총궐기대회를 일주일 앞둔 시점에 나왔다.

전북 지역 시민·사회·환경단체로 구성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 목소리도 여전하다. 공동행동은 지난 8월 11일 성명을 내고 "환경영향평가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항을 지을 건설업체부터 선정하는 것은 문제"라며 공항 사업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지난해 9월엔 국민소송인단 1308명과 함께 새만금 공항 기본계획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내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당시 공동행동은 "전국적으로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공항이 10개나 운영되고 있는데도 하나 더 만들겠다는 것은 국가 예산 오·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9월 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새만금 SOC 예산 삭감 규탄 대회에서 전북 지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삭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새만금 SOC 예산 삭감 규탄 대회에서 전북 지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삭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주경실련 "김홍국 회장 발언 해명하라" 

반면 전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전주경실련)은 18일 성명을 내고 "김 회장은 '새만금 공항이 필요 없다'는 발언에 대해 해명하라"며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옛말처럼 예산을 삭감한 정부보다 김 회장의 시누이 역할을 질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전북 정치인들이 항의 표시를 위해 삭발한 게 무엇이 문제냐"고도 했다.

이에 대해 재경전북도민회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김 회장은 '새만금 공항이 필요 없다'고 말한 사실이 없다"며 "'새만금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어서 지금 공항을 완성한다 한들 이용할 수 없지 않냐. 당장 효용 가치가 떨어지는 공항보다 더 급한 다른 인프라부터 우선순위를 정해 예산을 확보하는 게 현명하지 않겠냐'는 뜻으로 얘기했다"고 해명했다.

지난 2월 9일 김홍국(왼쪽) ㈜하림 회장과 김관영 전북지사를 서울 논현동 하림타워 회장 집무실에서 월간중앙이 인터뷰하고 있다. 최영재 기자

지난 2월 9일 김홍국(왼쪽) ㈜하림 회장과 김관영 전북지사를 서울 논현동 하림타워 회장 집무실에서 월간중앙이 인터뷰하고 있다. 최영재 기자

민주당 전북 국회의원 '예산 복원' 농성 

이런 가운데 전북 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도의원은 18일부터 국회 로텐더홀에서 새만금 삭감 예산 전액 복원을 요구하며 무기한 항의 농성에 돌입했다. 여야는 오는 20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새만금 관련 기관·단체장은 "새로 '빅픽처'를 그리고 전북도민을 설득하는 과정"(김경안 새만금개발청장) "머리를 깎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정을 맡고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김관영 전북지사)며 정부·여당 비판을 자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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