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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100년 역사’ 참의사 양성 요람, 미래 의학 교육 산실로 재도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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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의대 탐방 고려대 의과대학

연구 역량 강화 융합형 인재 양성
실용해부센터 등 수준 높은 시설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도 제공

뿌리를 잘 내린 나무일수록 좋은 열매를 맺는다. 의사도 마찬가지다. 비옥한 교육 환경에서 양질의 자양분을 받아야 사회에 기여할 전인적 의사로 거듭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고려대 의과대학은 의학 교육의 표본이자 참의사 양성의 요람으로 통한다. 일찌감치 전통과 혁신을 결합한 교육과정을 통해 국내를 대표하는 의학 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고려대 의대는 2028년 개교 10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33대 고려대 의과대학장으로 취임한 편성범 재활의학과 교수가 변화의 선봉에 섰다. 편 학장은 “전 주기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과 연구 인프라 확충을 통해 미래 의학을 이끄는 의과대학으로 재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의대의 역사는 일제 강점기인 192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한 여성을 돌보기 위해 세워진 ‘조선여자의학강습소’는 오늘날 고려대 의대의 뿌리가 됐다. 이후 1938년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가 문을 열면서 여의사 양성의 꽃을 피웠다. 1971년 비로소 고려대 의과대학명을 굳혔으며, 산업화 시대에는 의료 소외지역이던 서울 구로와 경기도 안산에 대학병원을 세웠다. 생명 존중과 인류애를 바탕으로 의학 교육 본연의 길을 걸어온 발자취다. 이러한 민족·박애 정신은 고려대 의대 곳곳에 뿌리를 내렸다. 편성범 고려대 의과대학장은 “고려대 의대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인술, 민족을 위한 의료’를 실천하며 의료 기술과 인성, 연구 역량을 두루 갖춘 전인적 의사 양성을 주도해 왔다”고 강조했다.

5개 캠퍼스 체제 교육·연구 인프라 강화

고려대 의대가 ‘의학 교육의 산실’로 꼽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는 유기적인 교육과정이다. 기초-심화-몰입의 단계적 교과과정으로 기초의학부터 임상의학, 첨단 미래 의학까지 모든 걸 아우른다. 고려대 의대는 융합 교육의 목적으로 심화 교육과정(Enrichment Stream)을 신설했다. 재학생들은 공학·경영학 등 관심 있는 학문 분야를 듣고 넓은 시각에서 진로를 탐색할 수 있다. 편 학장은 “6년제 교과과정을 도입하는 일도 준비하고 있다”며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통합해 학제 다양화를 이루면서 의학 교육의 융통성과 연속성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둘째는 수준 높은 교육 시설이다. 고려대 의대는 5개의 캠퍼스 체제를 구축했다. 안암병원·구로병원·안산병원이 각각 교육병원으로서 캠퍼스 구실을 한다. 이와 함께 청담 고영캠퍼스와 정릉 메디사이언스 파크도 교육·연구 기능을 수행한다. 2014년에 지상 7층 규모로 지어진 문숙의학관은 기초연구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예방의학·생화학·해부학·미생물학·생리학 등 기초의학 분야 교실과 연구실, 세미나실 등이 모여 있다. 아시아 최초로 가상해부대와 로봇시뮬레이터를 갖춘 실용해부센터도 개소했다. 이어 카데바(해부용 시신) 수술실, 현미경 수술실을 설치하는 등 교육·연구에 최적화된 인프라를 갖췄다. 각 캠퍼스에 학생들이 실제 병원과 동일한 환경에서 진료 실습을 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센터도 마련돼 있다. 2018년엔 의대 개교 90주년을 기념해 ‘스마트 러닝 공간’을 담당할 의학도서관을 새롭게 단장했다. 편 학장은 “제1의학관도 증축·리모델링을 거쳐 창의적인 학습과 소통이 가능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며 “대형 강의실과 통합실습실, 미디어 랩, 학생 자치활동 공간과 복지시설을 확충해 학업 환경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특히 정릉 메디사이언스 파크는 미래 의사 양성과 다학제 연구를 수행하는 전초기지로 꼽힌다. 내년 완공 예정인 ‘정몽구 백신혁신센터’에선 백신 원천 기술 개발과 후보 물질 유효성 평가, 전임상 연구 등 감염병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의학 교육·연구 지원 확대해 성과 주도

셋째는 다채로운 지원 프로그램이다. 고려대 의대는 의대생부터 전임의까지 전 주기적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특히 ‘선도 의사과학자 육성장학금’은 국내 최고의 지원율을 자랑한다. 고려대의료원에 재직 중인 전공의나 임상강사가 의사과학자 양성 과정 중 하나인 고려대 대학원에 진학하면 입학금 50%와 등록금 80%를 지원받을 수 있다. 학생들의 연구 역량 강화를 돕는 학생연구회 프로그램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학생연구회는 지도교수와 학생 연구팀이 1년간 연구 활동을 수행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학생들에게는 장학금과 연구비가 지원된다. 편 학장은 “2010년부터 시작된 학생연구회는 지난해까지 176명의 교수와 485명의 학생이 참여해 60편 이상의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하며 큰 성과를 도출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은 적극적인 국제 교류 시스템이다. 고려대 의대는 세계연구중심대학 연합체인 ‘Universitas 21’(U21)의 국내 유일 회원대학이다. 이를 통해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보건의료 교과과정을 도입했다. 연구 중심의 국제 교류 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국내 의학 교육의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2017년에는 세계 유수의 8개 의대와 함께 ‘Global Alliance of Medical Excellence’(GAME)라는 국제 의학 교육 및 연구 협의체를 창립했다. 세계 의과대학 간 공동 연구와 학술 교류로 공동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매년 많은 해외 의대생이 임상 실습을 위해 고대 의대를 방문한다. 편 학장은 “고대 의대는 100년 역사의 숭고함과 의료 본질을 지켜 미래 의학 교육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의대 사명은 ‘좋은 의사’ 길러내는 것…명문 의과대학 대명사 만들겠다”

인터뷰 편성범 고려대 의과대학장

고려대 의과대학은 2028년 개교 100주년을 앞두고 있다. 고려대 의대는 시대 변화에 따라 교육과정을 혁신하면서 국내 의학 교육의 ‘롤 모델’을 제시해 왔다. 최근 33대 고려대 의과대학장으로 취임한 편성범(사진) 학장은 의대 안팎으로 변화와 혁신을 위한 힘을 쏟고 있다. 학사 제도 개편과 정릉 메디사이언스 파크 조성 등 미래 의학 교육에 필요한 환경을 구축하는 일에 여념이 없다. 편 학장을 만나 고려대 의대의 미래상을 들었다.

취임 소회를 전해 달라.
“의대 100주년을 앞둔 상태에서 학장으로 임명됐다. 개인적으로는 영광이다. 유구한 역사를 통해 고려대 의대가 더 크게 인정받을 기회가 생겨서 감사하다. 의대의 사명은 ‘좋은 의사’를 길러내는 것이다. 교육과 연구, 사회 기여라는 세 가지 핵심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 또한 자랑스러운 역사 정립을 통해 100주년을 아름답게 완성하고자 한다.”
어떤 의사를 양성하려 하는가.
“고려대 의대는 의술과 연구 역량뿐 아니라 인성을 갖춘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인성은 교육으로 가르치는 데 한계가 있다. 지적 역량과 함께 인성, 윤리성, 의사소통 능력을 갖춘 학생을 먼저 발굴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이에 따라 의대 선발 인재상을 새롭게 정립했다. ▶윤리의식과 책임감을 겸비한 인재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갖춘 인재 ▶공선사후 정신을 갖춘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인재가 우리 대학에서 추구하는 인재상이다. 이를 위해 2024학년도 수시 계열적합전형에 인·적성 심층 면접을 도입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의대 구성원에게 자부심을 부여하는 일이 급선무다. 단기적으로는 2028년까지 고려대 의대의 100년 역사를 정리해서 하나의 역사책으로 펴낼 계획이다.

2년 후엔 교육과정을 혁신적으로 개편해 우리만의 차별성 있는 커리큘럼을 개발하고자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의학 교육과 연구 인프라 고도화를 이끌어갈 생각이다. 지금도 연구력이 뛰어나지만, 외부 평가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에서 고려대 의대가 명문 의과대학이라는 대명사가 될 수 있게 인지도를 쌓아가겠다.”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에게 조언해 달라.
“좋아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의사가 되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깊게 고민해 봐야 한다. 평생 환자를 치료하면서 공부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는지 자신의 적성과 성향을 잘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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