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성벽에 하마스에 의해 억류된 인질들의 사진이 비춰지고 있다. A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이스라엘 인질 3명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사살됐다. 자폭테러가 빈발하는 지역에서 피아 식별을 못 한 이스라엘군의 오인사격으로 빚어진 비극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은 1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오인사격으로 하마스에 억류된 자국인 인질 3명을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가자지구 북부 교전 중 이스라엘군 대원이 이스라엘인 인질 3명을 위협적인 요소로 오인하면서 총격을 가해 숨지게 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군의 오인사격이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인구 밀집 지역인 셰자이예에서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셰자이예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근거지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오인사격이 수색과 검문 과정에서 발생했다며 시신들을 이스라엘로 옮겨 신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하가리 소장은 이들이 납치범들로부터 도망쳤거나 전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버려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숨진 인질들이 손을 들거나 히브리어로 외쳤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것들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이스라엘군은 즉시 사건 조사를 시작했다.
이스라엘군의 오인 총격으로 숨진 요탐 하임.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의 오인 총격으로 숨진 알론 샴리즈.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의 오인 총격으로 숨진 사메르 탈랄카. 로이터=연합뉴스
하가리 소장은 "이것은 비극적인 사건이며 IDF의 책임"이라며 "해당 지역은 지난 며칠 동안 군이 자살폭탄 테러범을 비롯한 많은 테러리스트와 마주친 지역"이라고 해명했다. 이스라엘 총리실도 성명을 통해 "견딜 수 없는 비극"이라며 유가족을 위로했다.
사망한 인질들은 지난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했을 때 이스라엘의 집단농장(키부츠)에서 납치된 요탐 하임(28), 알론 샴리즈(26), 사메르 탈랄카(25) 등 20대 남성들로 확인됐다.
이스라엘 비영리단체 '인질 및 실종가족 포럼'에 따르면 탈랄카는 니르 암 키부츠의 양계장에서 일하던 중 납치됐고 이 과정에서 테러범들의 총에 맞아 부상했다. 탈랄카는 이스라엘 내 아랍계 민족인 베두인족이다. 또 크파르 아자 키부츠에서 납치된 하임은 피랍 당일 텔아비브에서 열린 메탈 음악축제에 참가해 드럼을 연주할 예정이었다. 크파르 아자 키부츠의 집에서 납치된 샴리즈는 컴퓨터 엔지니어링을 공부하던 학생이었다.
가자지구에 아직 남은 인질은 사망자 20명을 포함해 약 130명으로 추정된다. 개전 이후 이스라엘군의 오인사격으로 이스라엘 인질이 숨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