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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이 판 흔들어야" vs "우리가 용산의힘이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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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9호 03면

국힘 긴급 의총 ‘비대위원장’ 격론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긴급 의원총회의 최대 화두는 단연 ‘한동훈 비대위’였다. 지난 13일 김기현 전 대표가 전격 사퇴한 뒤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총선을 이끌 것이냐’를 놓고 격론이 벌어지면서다.

맨 먼저 발언에 나선 김성원 의원은 “새로운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판을 흔들어야 한다”며 “이 위기를 뚫고 나갈 수 있는 분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삼고초려해서 모셔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성호 의원도 “인지도와 참신함, 공감 능력, 언론 소통 등의 측면에서도 한 장관이 제일 낫지 않느냐”고 거들었다. 김석기 최고위원 역시 한 장관을 추천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관련 쏟아진 말말말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관련 쏟아진 말말말

그러자 당내 비주류인 김웅 의원이 연단에 올라 “깽판을 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며 “우리가 국민의힘이냐, 용산의힘이냐. 왜 짜고 나와서 한동훈을 밀려고 하느냐”고 반발했다고 한다. 특히 김 의원은 한 장관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에 빗대어 “여러분이 우리 당의 새로운 김주애를 올리려는 것”이라며 “대통령 아바타라는 한동훈을 올리면 과연 총선을 이길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이 “이러다 총선에서 지면 또 탄핵당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자 이용 의원이 “탄핵이라는 단어를 왜 언급하느냐”며 항의했다고 한다. 이에 김 의원이 다시 “나야말로 탄핵이 안 됐으면 하고 가장 바라는 사람이다”고 맞받아치는 등 고성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호 의원은 긴급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에 정치력이 있는 사람이 와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이고, 한 장관 같은 사람이 와서 새로 해야 한다는 사람이 일부 있었다”고 전했다. 비주류 중진인 하태경 의원도 ‘한동훈 비대위원장’ 논의와 관련해 “‘참신하고 지지도가 높으니까 하자’는 의견과 ‘아직 검증이 안 됐다’는 의견이 엇갈렸다”고 말했다. 의총에 참석한 한 의원은 “한 장관을 긍정적으로 말한 의원도 있었지만 상당수가 반대하는 의견으로 들렸다”고 했다. 이날 의총에서 한 장관 외에 비대위원장감으로 직간접적으로 거론된 인사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었다고 한다.

이날 의총에서는 비윤계를 중심으로 당정 관계 재정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용산에 쓴소리할 수 있는 사람이 비대위를 이끌어야 한다” “수직적이란 지적이 나온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대통령이 먼저 변해야 한다” 등의 의견도 제기됐다. 이른바 ‘윤심’을 발판으로 전당대회에서 승리했던 김 전 대표가 결국 용산과의 갈등 끝에 매끄럽지 못하게 퇴장하는 모습에 “더 늦기 전에 당의 주도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수평적 당정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분출된 것이다.

당내 주요 인사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3·8 전당대회 당시 당권에 도전했다가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에 밀려 물러섰던 나경원 전 의원은 “여권의 정치 시스템과 당정 관계 변화가 전제돼야 비대위나 당 지도 체제를 구성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 전 의원은 전당대회 초반 여론조사 선두를 달렸지만 “반윤 우두머리”라고 공격당한 끝에 불출마했다. 전당대회 때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라는 표현을 썼다가 대통령실로부터 경고를 받았던 안철수 의원도 “당정 일치로 성공한 정부는 없다. 당과 정부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민심에 접근하는 방향으로 시너지를 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선대위 대변인을 맡았던 김병민 최고위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과 대통령실이 종속적인 관계가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며 “대통령실과 정부가 국민적 눈높이에 어긋나는 일이 있다면 당이 강력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은 전날 열린 중진 연석회의에서도 나왔다고 한다.

반면 당내에선 “총선을 앞두고 당정 분리가 강조되는 게 자칫 불협화음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어차피 이번 총선은 윤 대통령 얼굴로 치르는 선거”라며 “용산과 지나치게 각을 세워 대통령 지지율을 깎아 먹는 일이 벌어진다면 오히려 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원장 추천권을 가진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의 고심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며 “일방적으로 의사 전달이 되는 상황이 아닌데 국민 눈에 그렇게 비친다면 그런 부분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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