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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받았다" "함구령" 폭로…'비자금 스캔들' 기시다 책임론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정계가 집권당 자민당에서 불거진 ‘정치자금 스캔들’에 소용돌이 치는 가운데 도쿄지검 특수부의 비자금 수사가 본격화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입지는 한층 좁아지는 모양새다. 지난 14일 자민당 최대파벌인 ‘아베파’ 소속 장관(대신)급 인사 등 총 9명을 경질했지만, 일본 언론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지난 13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기자회견을 하며 안결을 만지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13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기자회견을 하며 안결을 만지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비자금 수사 본격화…터져 나오는 ‘증언’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도쿄지검 특수부가 아베파 회계책임자에 대한 입건을 검토하고 나섰다고 15일 전했다. 입건은 사건의 정식 접수를 뜻한다. 수사 대상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법 처리 가능성이 높아진단 의미다.

검찰 칼날의 향배에 따라 아베파는 물론, 축소 기재 의혹을 받고 있는 기시다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다. 요미우리는 우선 특수부가 아베파 소속 의원들에게 임의 조사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대상은 사무총장을 포함해 수십명에 달할 전망이다.

정치자금 파티권을 팔고 1000만엔(약 9000만원) 이상 돌려받은 뒤, 장부에 기재하지 않은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은 10여 명에 달한다. 기시다 총리가 아베파 경질에 나서자, 속속 “비자금 받았다”는 자백(호리이 마나부 중의원)과 “파벌이 장부에 적지 말라고 했다. 함구령을 내렸다”는 폭로(미야자와 히로유키 전 방위성 부대신)도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운데)가 아베파 출신 각료를 경질한 뒤 새롭게 임명한 장관(대신)급 각료 4명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지지통신=연합뉴스

지난 14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운데)가 아베파 출신 각료를 경질한 뒤 새롭게 임명한 장관(대신)급 각료 4명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지지통신=연합뉴스

“기시다 총리 재선 불투명” 전망도

아베파 경질이란 기시다 총리의 인적 쇄신안도 먹혀들지 않는 모양새다. 전날 지지통신이 조사한 여론조사에선 역대 최저치인 17%대의 지지율이 나왔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 역시 기시다 총리가 지닌 ‘중의원(하원) 해산→선거’ 선택지가 미뤄질 공산이 크다는 전망을 전하기도 했다. 자민당 당내에선 기시다 총리가 내년 9월로 예정된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고 퇴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는 것이다. 요미우리도 “기시다 총리로는 차기 중의원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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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기시다는?

기시다 총리의 입지가 날로 약화하면서 ‘포스트 기시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차기 총리 후보 1위로 꼽히기도 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의원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기시다 총리의 사퇴를 언급했다.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어디선가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의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도 떠오르는 잠룡 중 하나다. 그는 지난 14일 지지통신 조사에서 총리에 적합한 인물 1위(16%)로 뽑혔다. 2위는 이시바 시게루(15%) 의원, 3위는 고노 다로 디지털상(8.8%)이 꼽혔다. 스가 전 총리(4위·6.2%)와 최근 공부 모임을 만들어 본격 총리직 도전에 나선 다카이치 사나에(5위·5.0%)도 이름을 올렸다. 반면 기시다 총리는(7위·1.6%) 자신이 임명한 외상인 가미카와 요코(6위·3.1%)보다도 낮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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