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감독의『개벽』조선후기 변혁기 조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임권택 감독이 동학의 2대 교조 해월 최시형의 일대기를 그리는 『개벽』연출에 한창이다.
동학은 사람을 하늘과 같이 섬긴다는 인내천과 사람의 몸 속에 한울님이 계신다는 시천주를 2대 근간사상으로 삼고 있다.
그러므로 영화『개벽』은 80년대를 일관하며 억눌린 인간의 구원문제에 천착해온 임 감독이 자신의 80년대 작업을 결산해보는 의미를 띠고 있다.
임 감독은 혁명가 해월이 아닌 잠행으로 점철된 인간 해월의 고뇌에 초점을 맞춰 한시기 자신의 영화테마를 매듭짓는 셈이다.
시나리오는 철학자 김용옥 씨가 창작했다.
김씨는 올해 방화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수립한 임감독 연출의 『장군의 아들』을 각색, 두 사람의 결합 가능성을 성공적으로 보였었다.
1827년 경주에서 태어난 해월은 1898년 72세의 고령으로 참형 당하기까지 평등사상에 바탕을 두고 조선후기의 봉건체제에 저항하며 민중운동에 헌신했었다.
영화『개벽』은 혹독한 탄압을 피해 끊임없이 좇기는 삶을 꾸려가야 했던 해월의 궤적을 따라가며 역사의 전면에 선, 그만큼 파괴되어 가는 자신의 일상을 아파하는 해월의 고뇌에 중점을 두고 있다.
동시에 이 영화는 조선후기 격렬한 변혁의 와중에서 해월이 관여했고 겪었던 역사적 사건들을 조명하며 한국근대사에 대한 영화적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34세 되던 해 동학에 입도 하기 전까지 일개 농부였던 해월은 동학 입도 후 혼돈의 시대에 민중들의 정신적 근거를 제공해준 종교가였고 일상에서 평등주의를 실천한 인본주의 자였다.
그 과정에서 그는 한가족의 가장이나 여자들의 연인이기를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아픔을 치러내야 했다.
임 감독은 『일생을 쫓겨다녀야만 했던 한 인간의 고뇌에 영화적 정서의 공간을 마련, 오늘날 파멸되다시피 한 인본주의 회복을 이 영화의 메시지로 삼겠다』고 밝혔다.
『개벽』은 해월의 일생을 따라가다 전봉준이 이끄는 갑오 농민혁명에서 클라이맥스를 맞도록 구성돼 있다.
제작사인 춘우영화사는 전투장면의 사실 감을 살리기 위해 약1만5천 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하고 오픈세트를 지어 찍을 예정이다.
해월역에는 이덕화가 자신의 연기자로서의 전환점을 삼아 출연중이고 해월이 늘 정신적 안주 처로 여겼던 첫 번째 부인 손씨 역은 이혜영이 맡았다.
지난 11월초부터 전남 일대를 돌며 촬영에 들어간 『개벽』은 내년4월까지 촬영을 계속해 6월께 개봉할 예정이다.
촬영은 임감독과 오랫동안 콤비를 이뤄온 정일성씨가 맡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