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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 샴페인은 여러 악기의 앙상블이 이루어지는 대형 오케스트라" [더 하이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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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최근 몇 년 사이 와인 업계 최대의 관심사는 환경이다. 날씨와 지질 상태에 따라 맛이 확연하게 바뀌는 와인의 특성상, 급변하는 기후 조건을 포함한 환경 변화는 이들의 당면한 큰 난제이자 풀어야 할 숙제가 됐다. 고급 와인일수록 기후와 환경 문제는 사업의 존속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이기 때문에 더 심각해진다. 하지만 프랑스 고급 샴페인 브랜드 '크루그'는 기후 조건 문제에 있어 일정 부분 자유롭다. 1843년 창립자 조셉 크루그가 하우스를 세울 때부터 "기후 조건과 상관없이 최고의 샴페인을 만들겠다"는 철학으로 태어난 샴페인이기 때문이다.

올리비에 크루그 디렉터가 크루그 하우스의 창립자이자 자신의 6대조부인 조셉 크루그 초상화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 크루그]

올리비에 크루그 디렉터가 크루그 하우스의 창립자이자 자신의 6대조부인 조셉 크루그 초상화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 크루그]

지금 크루그의 정체성과 방향을 제시하며 브랜드를 이끄는 사람은 창립자 조셉 크루그의 6대손인 올리비에 크루그 디렉터다. 그는 20여 년 전부터 매년 한두 번씩은 꼭 한국에 와 크루그, 더 나아가 '샴페인'이란 술을 알리는 데 힘을 쏟았다. 지난달엔 서울에서 열리는 '샴페인 서울' 행사에 맞춰 내한했다. 지난달 16일 크루그가 속해 있는 모엣헤네시 샴페인즈 앤 와인즈 코리아(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그를 만나 샴페인과 크루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부터 고려한 기후 변화 

"한국은 샴페인 산업에서 가장 기대가 큰 시장 하나로 성장했다. 처음 크루그를 한국에 소개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은 우리처럼 장인 정신이 깃든 샴페인에 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아졌고, 또 열렬히 환호해줘 자주 오게 된다."
올리비에 크루그가 한국에 자주 올 수밖에 없다고 직접 밝힌 이유다. 그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를 떠올리며 "특히 샴페인을 대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에 감동했는데, 우리의 장인 정신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싶다면서 그랑 퀴베 두 가지 에디션의 차이나 푸드 페어링에 관한 질문을 받은 기억이 난다. 이는 상당히 성숙한 질문들이었다"고 회고했다.

크루그 하우스가 올해 출시한 그랑 퀴베 171 에디션. 2000~2015년 사이이 12개 연도 와인을 포함해 총 131종의 와인을 블렌딩해 만들었다. [사진 크루그]

크루그 하우스가 올해 출시한 그랑 퀴베 171 에디션. 2000~2015년 사이이 12개 연도 와인을 포함해 총 131종의 와인을 블렌딩해 만들었다. [사진 크루그]

그간 한국 시장의 샴페인 문화, 어떻게 달라졌다고 보나

"처음 한국에 크루그를 소개했을 당시엔 샴페인의 소비층은 많지 않았지만, 소비층은 이미 상당히 상당한 지식과 성숙한 태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시장 규모가 커지며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한 한국 고객은 거의 매일 인스타그램에 나를 태그한 게시물을 올리는데, 크루그의 특별한 보틀이나 크루그를 마시는 특별한 순간을 찍은 사진들이다. 이를 보면서 한국이 얼마나 빠르게 (샴페인 산업이)성장하고 있는 시장인지 직접 느낄 수 있었다."

크루그 샴페인은 여러 품종의 와인과 여러 해의 와인을 블렌딩해 만든다. 매년 날씨에 많은 영향을 받는 포도 작황과 상관없이 "늘 최상의 와인을 만들고 싶다"는 조셉 크루그의 철학 때문에 선택한 방식이다.

늘 좋은 와인을 만들겠다는 철학은 훌륭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한가.

"그것이 크루그의 존재 이유다. 조셉 크루그는 다른 샴페인 제조사에서 일하며 좋은 샴페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작황이 좋을 해를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에 답답함을 느꼈다. 포도가 좋은 해에는 샴페인 하우스들은 단일 빈티지를 주로 사용하여 만든 밀레짐(millésimes)을 생산하고, 다른 해에는 여러 수확 연도의 와인을 혼합하는 노 빈티지(sans année) 샴페인을 생산한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올해와 작년이 모두 작황이 좋더라도 같지는 않다. 포도밭의 구획만 달라져도 뉘앙스와 맛이 달라진다. 그래서 다양한 와인을 블렌딩하는 것에 관심을 가졌고, 결과 크루그가 탄생했다."

지금 하우스를 책임지는 디렉터로서, 크루그를 어떤 샴페인으로 규정하고 있나.

"나는 크루그를 통해 매년 샴페인의 가장 풍부한 표현을 제공하고자 한다. 일관된 맛을 전달하기보다는 얼마나 풍부한 맛을 제공할 수 있느냐에 집착한다. 그래서 샴페인을 논할 때면 항상 음악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크루그는 그중에서도 대형 오케스트라에 비유할 수 있다. 보통 우수한 샴페인이라면 자신만의 구체적인 스타일이 있기 마련이다. 소나타 형태가 될 수도, 재즈밴드 혹은 독주자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 크루그는 이런 모든 형태를 한데 모은 결정체다. 오케스트라 안에서 각각의 악기가 자신이 맡은 역할을 수행해 훌륭한 앙상블을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샴페인을 만드는 방식이다. "

음악으로 표현한 샴페인

그의 말처럼 크루그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음악이다. 지난해 9월 세계적인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와 함께 크루그 2008년 빈티지를 솔로·앙상블·교향곡으로 표현한 제3악장 모음곡 'Suite for Krug in 2008'을 발표했다. 매년 음악가와의 협업을 진행하지만, 당시 협업은 류이치 사카모토의 생전 마지막 작업으로 올리비에 디렉터에게도 가장 기억에 남는 뜻깊은 프로젝트였다.

크루그를 위해 제3악장 모음곡을 작곡한 생전의 류이치 사카모토. [사진 크루그]

크루그를 위해 제3악장 모음곡을 작곡한 생전의 류이치 사카모토. [사진 크루그]

놀라운 협업이었다. 이런 협업 아이디어는 어떻게 탄생했나.

"음악은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언어다. 크루그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는 10년이 넘는데, 처음엔 연주자들을 초청해 샴페인을 마셨을 때 느낀 점을 음악으로 표현해 달라고 했었다. 지난해 류이치 사카모토와의 협업은 그의 작곡 스타일이나 그만의 음악적 스타일이 우리와 잘 맞다는 판단에 팀이 나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가 크루그 애호가란 사실도 주요했다."

음악과의 인연은 언제 시작됐나.

"음악은 우리 가족 안에 항상 존재해 왔다. 크루그 가문은 항상 음악에 매료돼 있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가족은 3대가 한 집에 모여 살았고, 방 창문을 열면 어디에선가 늘 음악이 들려왔다. 가족을 이어주는 공동 공간인 정원에선 누군가 음악을 연주하곤 했다. 내가 크루그 하우스에 입사한 첫날 아버지가 하우스의 장인 정신에 대해 강조할 때도 음악에 빗대어 설명하셨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작곡한 제3악장 모음곡 'Suite for Krug in 2008'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의 모습. [사진 크루그]

류이치 사카모토가 작곡한 제3악장 모음곡 'Suite for Krug in 2008'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의 모습. [사진 크루그]

매년 특별하게 출시하는 에디션이 있다. 올해는 어떤 샴페인을 공개했나.

“올해는 그랑 퀴베 171 에디션과 로제 27 에디션이 출시됐다. 한병의 크루그가 되기 위해서는 7년의 숙성 과정이 필요하다. 171 에디션은 2000~2015년 사이의 12개 연도에 생산된 와인 131종을 블렌딩해 만들었다. 매년 출시하는 새로운 에디션은 각기 다른 연주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와 같다. 오랜 경력을 가진 연주자들이 만들어내는 음악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또 지난해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지 발견해내는 기쁨이 있다.”

마지막으로 크루그 샴페인, 제대로 즐기려면 어떻게 마셔야 할까.

"일단은 너무 차갑지 않게, 섭씨 10~12℃ 수준의 적절한 온도에서 서빙하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 샴페인이 가지고 있는 아로마(향)가 온전히 뽐낼 수 있도록 알맞은 잔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잔은 적당히 입구가 넓어 샴페인 표면이 공기와 알맞게 접촉할 수 있되 아로마를 잡고 있을 수 있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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