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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더 큰 쇄신 대상은 오만한 거야 민주당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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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더불어민주당 비주류 모임 '원칙과 상식' 의원들이 14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원욱·김종민·조응천·윤영찬 의원. 김성룡 기자

더불어민주당 비주류 모임 '원칙과 상식' 의원들이 14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원욱·김종민·조응천·윤영찬 의원. 김성룡 기자

이재명 방탄과 정쟁, 탄핵·입법 폭주로 날 새워

비명계·초선 경고음에도 이재명 대표는 “단합”만

더불어민주당 비명계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이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대표의 사퇴와 계파를 아우르는 통합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 등은 험지 출마든, 백의종군이든 선당후사의 길로 나서겠다고도 했다. 그제는 이탄희·홍성국 두 초선 의원이 선거제 퇴행 우려와 후진적 정치 현실을 지적하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여권 핵심발 인적 쇄신 바람에도 꿈쩍 않는 민주당 주류를 향한 마지막 경고였다.

그러나 민주당에선 그 어떤 쇄신 움직임도 찾아보기 어렵다. 지도부나 친명계, 586세대에서 기득권을 내려놓고 희생·헌신하겠다고 자처한 경우는 사실상 전무하다. 불출마 의사를 밝힌 의원 중 중진은 박병석(6선)·우상호(4선) 의원 2명이다. 나머지는 이·홍 두 의원을 포함한 초선 의원 4명이 전부다. 이재명 대표 역시 어제 “변화하되 최대한 단합과 단결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변화보다는 친명계 중심의 결속에 방점을 둔 언급이다. 시스템 공천이 우선이라며 인적 물갈이에 선을 그어 온 기존 입장의 연장선일 뿐이었다.

여야가 민생은 뒷전인 채 정쟁에 몰두해 정치 상실의 시대를 초래한 책임은 대화, 협치의 손을 내밀지 않은 대통령과 집권 여당에도 있다. 그러나 167석 압도적 의석을 무기로 한 입법·탄핵 폭주로 정치 피로감과 혐오감을 가중한 민주당에 나머지 절반 이상의 책임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민주당은 어제도 논란의 ‘민주유공자법’을 상임위에서 단독 의결했다. 사법리스크에 갇힌 야당 대표는 방탄 국회와 단식이라는 극한 투쟁으로 의회 기능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강성 지지층과 막말에 기댄 팬덤 정치의 노예가 되면서 대의민주주의 질서까지 무너뜨렸다. 여권의 쇄신도 중차대한 사안이지만, 민주당도 뼈를 깎는 성찰과 쇄신에서 결코 예외일 수 없다.

그런데도 “총선에서 1당을 빼앗길 것 같지 않다. 단독 과반이냐, 180석을 먹느냐가 관건이다”(이해찬 전 대표), “200석 못 하리라는 법도 없다”(정동영 상임고문)며 대승 운운하는 오만한 전망이 앞선다. 586세대의 “사쿠라 신당은 초전 박살내야”(김민석 의원), “어린×”(송영길 전 대표) 등의 내로남불식 비하 발언은 대결의 정치를 잇따라 부추긴다. 친명계는 원내·외를 가리지 않고 양지로 몰려가고 있다. 순전히 반사이익이 따라준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을 마치 자신들이 잘해서 이긴 양 승리에 취해 있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행태다.

선거를 좌우할 유권자의 3분의 1(27%, 한국갤럽)은 지지를 유보한 채 여야 모두를 매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여당은 쇄신의 물꼬를 일단 텄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분당 움직임은 가시화하고 있다. 역사는 늘 혁신한 정당의 편에 섰다. 침대축구식 꼼수로는 결코 민심을 얻을 수 없다. 민주당은 직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