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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2년 대한민국…생산인구 < 부양인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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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50년 뒤 국민의 절반가량이 60대 이상이 된다. ‘국가 소멸’을 우려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저출산·고령화 추세 때문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 추계(2022~2072년) 결과’에 따르면 2072년 한국 인구는 3622만 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2022년 인구(5167만 명)의 70%다. 추계대로라면 1977년 인구 수준으로 되돌아간다. 이 추계마저도 출산율과 기대수명, 인구의 국제 이동 등이 중간 수준(중위)을 유지할 경우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최악의 시나리오’인 저위 추계로 가정할 경우 2072년 인구는 3017만 명(1967년 수준)까지 쪼그라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인구가 줄어드는 건 자녀를 낳지 않아서다. 지난해 합계출산율(0.78명)은 세계 꼴찌다. ‘중위 추계’에서 출산율은 올해 0.72명에서 내년 0.68명으로 떨어진다. 2025년 출산율이 0.65명으로 ‘저점’을 찍고 반등한 뒤 2036년 1.02명으로 1명대를 회복한다고 통계청은 내다봤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통계청의 이번 추계는 2021년 발표한 직전 추계보다 악화했다. 2021년 발표한 장기추계에선 2024년에 출산율 0.70명으로 저점을 찍고 반등한다고 내다봤다. 2년 전 추계보다 저점은 낮아졌고, 반등 시점은 뒤로 밀렸다.

한국은 2020년 처음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보다 많아져 전년 대비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데드 크로스(Dead Cross)’ 현상을 겪었다. 연간 출생아 수는 2022년 25만 명에서 2072년 16만 명으로 3분의 2토막 날 전망이다. 전년 대비 인구증가율을 뜻하는 인구성장률은 중위 시나리오 기준으로 2025~2035년 연평균 -0.16%다. 이후 감소세가 가팔라져 2072년에는 -1.31%까지 떨어진다.

전체 국민을 한 줄로 세웠을 때 중간 나이(중위연령)는 2022년 44.9세에서 2072년 63.4세까지 올라간다. 현재 ‘중년’으로 불리는 나이가 미래엔 ‘청년’으로 바뀌는 셈이다. 무엇보다 인구 구조상 경제 ‘허리’인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드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2022년 71.1%에서 2072년 45.8%로 급감한다. 돈을 벌어 생산에 기여하는 인구보다 생산에 기여하지 않는 인구가 훨씬 많아진다는 의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다른 요인이 같다고 가정할 경우 생산가능인구가 1% 감소할 때 국내총생산(GDP)이 약 0.59%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50년 새 898만 명에서 1727만 명으로 불어난다.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부양인구(노년부양비)가 2022년 24명에서 2072년 104명으로 증가한다. 미래 세대의 부양 부담이 현재의 4배 수준이다. 2072년 노년부양비가 100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하는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이날 발간한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책 제언’ 보고서에서 “한국의 저출산 대응 예산은 지난해 기준 연간 51조7000억원으로 출생아 당 약 2억1000만원이 지출되고 있지만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아이를 적게 낳는 국가가 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밝혔다.

SGI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와 출산율을 동시에 높이려면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업이 문제 해결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출산 직장 평가를 위한 ‘인구영향평가지표’를 개발해 결혼·출산 관련 성과가 입증된 기업에는 지속가능성 연계 대출을 통한 금리 인하, 정책자금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식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경제가 ‘저출산 쇼크’로 쓰러지지 않도록 지방대를 구조조정하고(교육), 지자체 행정체계를 통폐합하고(지방), 미래 먹거리 위주로 경제 구조를 재편(산업)하는 등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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