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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긴축 드디어 끝낸다…파월, 금리인하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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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제롬 파월.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를 외치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하 논의를 시작했다”면서 긴축 종료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세가 추세적으로 꺾이는 가운데 고용지표도 위축한 모습을 보이자 고금리 기조에서 벗어나는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을 공식화한 것이란 평가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를 겪고 있는 한국에서도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Fed의 입장 변화에 맞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기조가 곧바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국제유가 불안과 공공요금 인상에 따라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어 기계적으로 금리를 낮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Fed는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발표한 정책결정문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5.25~5.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9, 11월에 이어 세 차례 연속 동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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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기준금리 전망은 크게 낮췄다. Fed는 이날 함께 발표한 경제전망요약(SEP)에서 2024년 최종 기준금리 중간값을 연 4.6%로 예상했다. 이는 9월 발표치(연 5.1%)와 비교해 0.5%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미국 기준금리가 현재 수준에서 내년 말까지 0.25%포인트씩 총 세 차례(0.75%포인트)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한 것이다. 특히 Fed는 이날 발표한 정책결정문에서 기존 표현에 ‘any(그 어떠한)’란 표현을 추가해 “물가상승률을 2%로 되돌리는 데 적합한 그 어떠한(any) 추가 정책 수준을 결정할 때”로 바꿨다. 이를 두고 제롬 파월(사진) Fed 의장은 “금리 인상 사이클의 정점이나 그 근처에 와 있다고 인정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Fed 입장 변화의 가장 큰 배경은 최근 미국 물가와 고용지표의 뚜렷한 둔화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지난달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하면서 10월(3.2%)보다 상승 폭을 더 줄였다. 이에 앞서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서도 10월 구인 건수가 873만3000건으로 전월보다 61만7000건 감소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Fed는 개인소비지출(PCE) 기준으로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을 2.5→2.4%로 9월 발표 대비 0.1%포인트 낮췄다. 가격 변동이 심한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2.6→2.4%로 0.2%포인트 떨어뜨렸다.

“파월이 성탄선물 줬다”… 코스피 1.3%, 원화값 25원 뛰어

14일 코스피가 전장보다 33.52포인트(1.34%) 오른 2544.18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뉴스1]

14일 코스피가 전장보다 33.52포인트(1.34%) 오른 2544.18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뉴스1]

경제성장률 전망도 1.5→1.4%로 하향 조정했다. 정책결정문에는 물가 상승세가 “지난 1년간 완화됐다”는 표현이 추가됐고, 또 경제활동은 “확대됐다”에서 “둔화했다”로 바뀌었다.

파월 Fed 의장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금리 인하 논의를 시작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물가 전쟁) 승리 선언은 시기상조” “FOMC 참석자들이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off the table)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간의 제약적인 정책을 언제 되돌리는 것(금리 인하 시점)이 적절한지가 그다음 문제며, 오늘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이라고 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금리는 동결하되 매파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던 시장은 Fed의 변심에 환호했다. 미 다우존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4% 상승한 3만7090.24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도 1.37% 올라 2022년 1월 이후 처음 4700을 넘어섰다. 나스닥 종합지수도 1.38% 상승한 1만4733.96을 기록했다.

불과 한두 달 전 5%를 돌파했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대로 떨어졌다. 2년물도 4.5%대로 하락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는 Fed가 내년 3월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해 연말까지 1.5%포인트 금리를 인하할 확률이 가장 높다고 예상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코스닥·코스피도 강세로 마감했다. 14일 코스피는 1.34%, 코스닥은 1.35% 상승해 각각 2544.18과 840.59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24.5원 급등한 1295.4원에 마감했다. 증시에서는 파월 의장이 일찍부터 산타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말 이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선 이번 상승장을 이용해 현금 비중을 늘려두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글로벌 통화 긴축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디플레이션 공포가 커지고 있는 중국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도 최근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조기 기준금리 인하 요구가 나온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다른 나라들도 통화정책 전환에 부담을 던다.

다만 한국은 당장 금리 인하를 기대하긴 어렵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고용시장이 확실히 둔화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미국의 시간당 임금 상승률이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는 만큼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기대보다 밀릴 수 있다”며 “한국도 확실한 물가 상승세 둔화가 나타나야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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