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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땜질식 대공수사 보완으론 안보 허점 막을 수 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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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일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전경. [국회사진기자단]

1일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전경. [국회사진기자단]

내년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에 우려, 불안 커져

국정원에 수사권 돌려주는 법 개정 서둘러야

국가정보원이 전담하던 대공수사권이 내년 1월 1일 경찰로 이관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0년 1월 국정원의 간첩수사, 즉 대공수사권을 2024년부터 경찰에 넘기기로 한 국가정보원법 개정에 따른 조치다. 그러나 경찰의 대공수사 능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공수사는 은밀하게 이뤄져야만 성공이 가능하다. 간첩들이 대부분 해외 거점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해외 정보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경찰에 그런 능력이 있는지, 경찰 스스로 대공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준비했는지 모두 의문이다. 경찰이 능력을 갖췄다고 스스로 평가하더라도 순환보직인 경찰의 인사 제도상 최소 수년씩 걸리는 간첩사건에 전념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경찰의 지난해 자체평가에 따르면, 안보수사 부문은 모두 ‘미흡’ ‘다소 미흡’ 등 낙제점에 가깝다. 스스로도 대공수사 능력에 미달임을 인정한 셈이다. 국내에서의 활동이 이 정도라면 간첩 수사의 필수인 해외정보 수집 능력은 내년 1월 1일 이후부터 숱한 허점을 드러낼 게 뻔하다.

경찰은 대공수사관을 지난 6월 기준 462명에서 내년에 7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간첩은 수사관의 숫자로만 잡는 게 아니다. 고도로 훈련받고, 날로 진화하는 간첩 조직을 잡기 위해선 그들 위에 있는 ‘선수’들이 필요한 것이다. 수년간 축적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최근 적발된 창원·제주·청주 간첩단 사건 관련자들이 대부분 석방되지 않았나. 북한이 갈수록 긴장을 고조하며, 심리전을 강화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그렇다 보니 정부는 그제 열린 국무회의에서 ‘안보 침해 범죄 및 활동 등에 관한 대응업무 규정’을 만들었다. 국정원 직원이 수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국정원은 국가안보에 반하는 행위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추적할 수 있고, 행정 및 사법 절차를 지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별개로 정부는 ‘정보 및 보안 업무 기획·조정 규정’을 개정해 정보 사범, 즉 내란이나 반란, 이적, 군사기밀 누설, 암호 부정사용, 국가보안법 위반 등 공안사범의 신병 처리 과정에서 국정원과 협조토록 했다. 수사권이 없는 국정원이 어떤 식으로든 대공수사에 관여토록 한 것이다. 법 개정이 안 되는 상황에서 경찰에 모든 걸 맡길 수 없으니 규정을 제정하거나 개정한 기형적인 땜질식 처방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국정원에 대공수사권 자체를 다시 넘기는 게 최선책일 수 있다. 대공수사권 이관을 추진했던 현재의 야당도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고 하지 않았나. 법 개정에 시간이 부족하다면 새로운 국회에선 이 문제부터 풀어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