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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조가 있는 아침

(205) 어부사시사 - 겨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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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어부사시사 - 겨울
윤선도(1587∼1671)

간밤의 눈 갠 후에 경물(景物)이 달랐고야
앞에는 만경유리(萬頃琉璃) 뒤에는 천첩옥산(千疊玉山)
이것이 선계(仙界) 불계(佛界)인가 인간(人間)이 아니로다
-병와가곡집

인생에 늦은 때란 없다

고려 후기의 ‘어부가’를 이어받아 다시 창작한 것이다.

이 시조는 동사(冬詞)의 네 번째 노래인데 윤선도의 문집 『고산유고(孤山遺稿)』에는 초장과 중장 사이에 ‘이어라 이어라’를, 중장과 종장 사이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라는 여음이 들어 있다. ‘지국총’은 배가 삐끄덕이는 소리를, ‘어사와’는 어부가 힘쓰는 소리를 음사한 것이다. 또한 종장도 ‘仙界ㄴ가 佛界ㄴ가 인간이 아니로다’로 되어 있다.

간밤에 내린 눈이 개자 풍경이 달라졌다. 넓고 맑은 바다는 마치 유리 보석처럼 반짝이고, 겹겹이 둘러친 산들은 옥같이 희다. 신선이 사는 세계인지, 극락정토인지, 인간세상 같지가 않다.

윤선도가 65세 때(효종 2), 벼슬을 그만두고 전라남도 보길도의 부용동에 들어가 은거할 무렵에 지은 것이다. 정치적 시련이 그의 문학적 생애에는 불후의 명작을 남기는 시기가 되었다. 오늘날에도 후반생에 글쓰기를 시작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인생에 늦은 때란 없는 것이다.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