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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디지털 인쇄 혁명’ 가속화시킬 EUV 기술 협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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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책과 지식이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시기에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금속활자 인쇄술은 지식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오늘날 디지털 시대의 인쇄 혁명은 최첨단 반도체 장비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손톱 크기의 반도체 칩 하나에 900억 개 이상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하는 초미세 회로 인쇄기술이 그것이다.

현재 이 기술은 5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 회로를 그리기 위한 극자외선 리소그래피 장비, 네덜란드의 ASML만이 유일하게 생산 중인 EUV 장비를 통해 실현되고 있다. 첨단 IT, AI, 인공위성 제어용 반도체는 EUV 없이는 만들 수 없다. 미국이 EUV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SML이 한 해 만들 수 있는 EUV는 50여 대 정도다. 이 때문에 가격이 대 당 2000억원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EUV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ASML은 실리콘밸리그룹 같은 미국 기업이 개발하려다 포기한 극자외선 리소그래피 기술을 30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완성하였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세계 최고 기업들과의 협업이 있었다. EUV에는 미국 사이머사의 레이저 기술, 독일 자이스사의 광학 기술이 녹아있다. 오늘날 최첨단 기술은 세계 최고의 연구소, 기업과의 협업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30년까지 1조9000억원 규모의 국제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글로벌 기술협력 종합전략’을 발표했다. 디스플레이용 초고해상도 화소 기술 등 우리 제품이 세계 최고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급소기술 80개와 미래 성장동력이 될 원천기술 100개를 최우수 해외 연구기관들과 협업하는 공동 개발프로젝트로 지원하게 된다. 양자 컴퓨팅 기술, 첨단 방산기술, AI 등이 주요 프로젝트로 포함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주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통해 ‘한-네덜란드 반도체 협력 대화’를 신설하였고, ASML은 삼성전자와 약 1조원을 공동 투자해 초미세 반도체 개발을 위한 R&D 센터를 우리나라에 설립하기로 했다. 또한 ASML은 SK하이닉스와 EUV를 친환경·저전력으로 생산·운용할 수 있는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ASML과의 협력은 차세대 반도체 기술개발에 결정적인 파트너와의 협력을 확보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최첨단 반도체 기술 없이는 어떤 산업도 기술 초격차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으로 최첨단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 연구소와의 글로벌 협력을 강화해 최첨단산업의 초격차 경쟁력을 육성해 나갈 것이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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