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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래자랑 60대의 송해 등장했다…시청자 웃게 한 이 기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일 첫방송한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의 첫 장면. 딥페이크 기술로 구현한 '전국노래자랑' MC 고(故) 송해의 모습. 사진 JTBC, SLL

2일 첫방송한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의 첫 장면. 딥페이크 기술로 구현한 '전국노래자랑' MC 고(故) 송해의 모습. 사진 JTBC, SLL

“전국~ 노래자랑!” 지난 2일 첫 방송한 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의 첫 장면.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영원한 국민 MC’ 고(故) 송해가 화면에 나타났다. 딥페이크 기술로 재현한 1994년 송해의 모습이다. 딥러닝(deep learning)과 페이크(fake)의 합성어인 딥페이크는 컴퓨터가 스스로 외부 데이터를 조합·분석하는 딥러닝을 활용해 기존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 부위를 합성한 기술을 말한다.

극 중 주인공 조용필(지창욱)과 조삼달(신혜선)이 어린 시절에 ‘전국노래자랑’ 제주 편에 참가하는 장면을 위해 제작진은 ‘전국노래자랑’ 과거 영상을 모아 AI(인공지능)를 학습시켰고, 그 결과 지금은 세상에 없는 송해를 드라마 카메오로 출연시킬 수 있었다. 장면엔 현실감이 더해졌고, 그리운 얼굴의 예상치 못한 등장에 시청자들의 반가움도 커졌다.

드라마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첫 장면에 VFX(시각특수효과)를 적용한 건 이례적이다. 제작진은 “많은 것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가는 세상에서 순박함, 사람들의 정만은 붙잡고 싶다는 드라마의 따뜻한 기획의도를 기술을 통해서 녹여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국 드라마 속 VFX의 영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그간 판타지 등 장르물에서 시각적 화려함이나 압도적 영상미를 위해 제한적으로 사용됐지만, 이젠 극 중 인물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극 구성의 제약을 없애는 등 다양한 목적에 VFX를 활용한다. 드라마 연출에서 VFX는 배우의 연기, 작가의 극본에 버금가는 빠질 수 없는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선 공황장애의 불안감을 인물이 물에 잠기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사진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선 공황장애의 불안감을 인물이 물에 잠기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사진 넷플릭스

지난 3일 종영한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tvN)에서도 15년 만에 무인도에서 구조된 서목하(박은빈)가 현실을 깨닫고 슬픔에 빠지는 순간을 VFX로 구현했다.

“가수는 생명 짧은 것 알지? 연습생 나이에 곱하기 2 하면, 31살이면 환갑이나 다름없어.”
10대부터 키워온 가수의 꿈이 더는 이루기 어려운 허상이 돼 버린 것을 주인공이 깨닫는 순간, 바닥부터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모든 공간이 물에 잠긴다. 이 장면을 연출한 제작진은 “서목하가 무인도에서 탈출한 후 처음 맞닥뜨리는 난관인 만큼 극에서 중요한 장면이었다. 그 순간의 막막한 감정과 무인도에서 경험했던 고립된 감정이 연결됨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필요했다”고 했다.

과거 눈물, 표정, 행동 등 배우의 연기에 주로 의존했던 극 중 인물의 감정은 VFX와 만나 더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넷플릭스)에선 공황장애의 불안감을 물속에 잠기는 장면으로, 우울증의 무기력함을 인물의 발이 바닥에 파묻히는 VFX로 구현했다. 드라마 ‘운수 오진 날’(티빙)에선 주인공의 환각 상태를 주변 인물들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모습으로 구현했다.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에선 15년간 무인도에 고립된 주인공 서목하가 갈매기와 대화하는 장면을 VFX로 구현했다. 사진 디지털아이디어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에선 15년간 무인도에 고립된 주인공 서목하가 갈매기와 대화하는 장면을 VFX로 구현했다. 사진 디지털아이디어

'무인도의 디바' 속 주인공 서목하(박은빈)가 현실을 인지하고 슬픔에 빠지는 장면은 VFX 기술로 구현됐다. 사진 디지털아이디어

'무인도의 디바' 속 주인공 서목하(박은빈)가 현실을 인지하고 슬픔에 빠지는 장면은 VFX 기술로 구현됐다. 사진 디지털아이디어

'무인도의 디바' 속 주인공 서목하(박은빈)가 현실을 인지하고 슬픔에 빠지는 장면은 VFX 기술로 구현됐다. 사진 디지털아이디어

'무인도의 디바' 속 주인공 서목하(박은빈)가 현실을 인지하고 슬픔에 빠지는 장면은 VFX 기술로 구현됐다. 사진 디지털아이디어

26년째 VFX 작업을 해 온 디지털아이디어 박성진 대표는 “드라마 연출진들 사이에서 VFX 활용에 대한 인식이 커졌다. ‘무인도의 디바’에서 복도에 물이 차오르거나 갈매기와 대화를 하는 장면 등 예전 같으면 굳이 VFX로 연출하지 않거나 생각은 하더라도 포기했을 법한 장면들을 VFX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영화 위주의 작업을 해오던 박 대표 회사가 드라마 VFX 작업에 뛰어든 것은 2016년 드라마 ‘도깨비’(tvN)부터다. 당시만 해도 1년에 1편꼴로 드라마 작품을 맡았는데, 최근엔 3~4편 수준으로 확 늘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영화감독들이 드라마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서 시리즈를 연출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드라마의 장르도 다양해졌고, 영화 때 시도했던 기술을 드라마에 적용하려는 시도도 늘었다”고 했다. 실제로 판타지물, 히어로물 등 장르물 드라마가 최근 몇 년 새 크게 늘었다. 올해 공개된 작품만 해도 JTBC 드라마 ‘힙하게’, 디즈니플러스 ‘무빙’, tvN ‘경이로운소문2’ 등은 초능력을 다뤘고, 티빙 ‘방과 후 전쟁활동’, 넷플릭스 ‘스위트홈2’ 등은 크리처가 소재다.

달라진 드라마 제작 환경 역시 VFX 활용에 영향을 끼친다. 박 대표는 “과거보다 사전 제작 드라마가 많다. 요즘 우주정거장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를 제작 중인데, 내년 겨울까지 1년 반 동안 준비한다”며 “영화보다 VFX를 활용한 분량이 많기도 한데다 기대 수준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JTBC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 역시 사전제작이었다. "드라마 초반 몽골 배경부터 어린 강남순이 큰 덩치의 성인을 때려눕히거나 비행기를 멈추는 장면들 모두 VFX가 없었다면 구현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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