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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에이즈 실태 폭로한 가오야오제, 美서 96세 나이로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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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에이즈의 어머니' 가오야오제. AP=연합뉴스

'중국 에이즈의 어머니' 가오야오제. AP=연합뉴스

1990년대 중국의 에이즈 실태를 전하고 퇴치 운동을 벌인 여성 운동가이자 산부인과 의사 가오야오제가 10일(현지시간) 미국 자택에서 96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11일 AP 통신에 따르면 가오의 측근이자 그의 구술 전기를 편찬해온 린스위는 이날 이메일을 통해 자사에 가오의 부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린스위는 가오의 후견인인 앤드루 네이선 컬럼비아대 교수로부터 별세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가오는 1927년 산둥성에서 태어났다. 1954년 허난대 의대를 졸업하고, 허난중의학원에서 교수를 지냈다.

1996년 69세였던 그는 당시 허난성의 가난한 농민들이 매혈과 수혈을 통해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대규모로 감염된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에이즈 실태를 폭로하는 데 앞장서 중국 당국을 곤혹스럽게 했다.

그는 허난성의 촌락 100여곳을 돌아다니며 에이즈 환자들을 면담하고, 자비로 에이즈 관련 책자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3년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받았고, '중국 에이즈의 어머니'로 불렸다.

그러나 중국 공안당국은 가오의 활동을 사회불안 행위로 간주해 박해했다. 그가 해외 시상식에 참석하는 것을 막으려 여권 발급을 제한하기도 했다. 2007년에는 방미 의사를 꺾지 않는다는 이유로 20일간 가택 연금에 처했다.

가오는 2009년 12월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미국 워싱턴에서 자신의 저서인 '피의 재난-1만 통의 편지'(血災-10000封信)를 소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그는 "중국의 에이즈 환자는 2006년 이미 84만명을 넘었다"며 "남은 인생을 중국 에이즈 환자의 실태를 알리는 데 걸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국은 나의 생활을 제한했다. 전화와 컴퓨터도 감시당했고 외출하면 미행하는 사람이 붙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9년부터 뉴욕 맨해튼에 정착했다.

가오의 부음이 전해지자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애도의 글이 넘쳐났으나, 일부는 그가 미국으로 건너간 것과 중국 정부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한 것을 비판했다고 A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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