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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드립니다…노조 달려와 울던 '엄빠 공무원' 웃게 한 정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서울베이비키즈페어'에서 임신부가 육아 용품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서울베이비키즈페어'에서 임신부가 육아 용품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만9세·7세·5세 3남매를 둔 서울시 연구직 맞벌이 공무원 A씨는 경제적 사정상 부부 중 한 명이 휴직할 수도 없고 자녀 등·하교를 도와줄 사람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도 올해까지 막내(만 5세) 덕분에 육아시간 제도를 활용해 남편과 교대로 둘째(만7세) 등하교를 돕고 있지만, 내년부터 이마저도 불가능해진다. 현행 제도상 육아시간은 만 5세 자녀가 있을 때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A씨처럼 어린 자녀를 둔 서울시 공무원이 한시름 놓게 됐다. 서울시가 육아시간 제공 대상을 만 5세 이하에서 만6~8세로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시는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만들었다. 조례안에는 만6~8세 자녀를 둔 공무원에게 1년 범위에서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준비나 학교 적응 등을 위한 교육지도시간으로 하루에 2시간까지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례안은 내년 초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곧바로 시행된다"고 말했다.

서울시, 육아시간 확대 입법 예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육아 걱정 없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육아 걱정 없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행정안전부 지방공무원 복무에 관한 예규는 자녀가 있는 공무원에게 자녀당 최장 2년, 하루 2시간 휴가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만 5세 미만 자녀를 둔 공무원이 대상이다.

문제는 초등학교 저학년인 만 6~8세 자녀를 둔 공무원이다. 이들이 직접 아이를 기르면 지방공무원법 제63조에 따라 육아 휴직을 선택해야 한다. 육아시간과 달리, 육아 휴직을 사용하면 경력단절을 감수해야 하고 급여도 휴직 기간 1년 이후는 무급이다.

이와 관련, 최부철 서울시 공무원노동조합 사무총장은 “만3~5세는 오후 서너시 이후에도 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길 수 있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대부분 오후 1시 정도에 하교한다”며 “이런 시기에 휴직이 불가능한 일부 공무원이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을 방문해 엉엉 울면서 하소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는 특별휴가를 규정한 서울시 공무원 복무조례 24조를 개정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시 내부 행정 포털에는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따듯한 햇살 같은 정책(ID thanks)” “꼭 필요한 절실한 정책(ID 육아공무원)” 등이다.

서울시 한 공무원은 “정부는 육아시간 확대한다고 대대적으로 생색만 내더니 그사이 아이들은 다 컸다”며 “맞벌이 부부가 (부모) 도움을 받지 않고 아이들 키우려니 진짜 힘들다”고 말했고, 다른 공무원은 “어린이집보다 하교가 빠른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걱정이 앞섰는데 서울시가 앞장서서 육아정책을 개선한 게 반갑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송윤상 지방인사제도과장은 “현행 법령상 미비점이나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정부와 협의하는 게 우선인데, 교육시간 확대 방식으로 육아시간을 확대한 서울시 정책이 바람직한지는 잘 모르겠다”며 “정부도 동일한 제도를 검토 중인데 서울시가 입법예고를 했다”라고 말했다.

행안부 “서울시, 바람직했는지 모르겠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 간담회장에서 2030 공무원 30여명과 '저출산과 육아문제'를 주제로 대화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 간담회장에서 2030 공무원 30여명과 '저출산과 육아문제'를 주제로 대화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 이외에도 자치단체는 가족 친화 정책을 꾸준히 추진 중이다. 부산시는 임산부 전용 주차장 일부를 가족 배려 주차장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산시 공공주차장 중 임산부 주차장은 241개소 755면이다(3월 기준). 이 공간을 임산부나 6세 미만 미취학 아동 보호자 등을 위한 공간으로 제공하는 방안이다.

이처럼 지자체가 가족 친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은 딴 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만 8세 이하 자녀가 있는 서울시 공무원 1만393명 중 육아 휴직을 사용한 공무원(2681명)은 25.8%에 그쳤다.

용혜인 의원은 “민간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육아 여건이 나은 공무원 조직에서도 육아 휴직을 사용하려면 눈치를 보는 것이 현실”이라며 “육아가 어려울수록 저출생 현상은 심해진다. 공직사회부터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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