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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아 주세요" 데뷔 30주년 이소라가 전하는 음악의 진심

중앙일보

입력

10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 '소라에게'. 사진 에르타알레 엔터테인먼트

10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 '소라에게'. 사진 에르타알레 엔터테인먼트

“숨 막혔죠? 이제 조용히 안 계셔도 됩니다. 같이 불러주세요.”
공연이 시작된 지 1시간쯤 지나 가수 이소라(54)가 수줍은 듯 입을 뗐다. 10일 오후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데뷔 30주년 콘서트 ‘소라에게’ 무대에 오른 이소라는 공연 시작과 동시에 별다른 말 한마디 없이 10곡을 내리 불렀다.

무대 중앙 의자에 앉아 고개를 왼쪽으로 살짝 젖힌 채 뿜어내는 중저음 목소리가 장내에 호소력 짙게 울려 퍼졌다. ‘운 듯’을 시작으로 ‘난 행복해’, ‘너무 다른 널 보면서’, ‘처음 느낌 그대로’, ‘제발’ 등 히트곡들이 연이어 나오자 2700여명의 관객은 일제히 숨을 죽이고 그의 음악 세계로 빠져들었다. 이상민(드럼), 이승환(피아노), 임헌일·홍준호(기타), 최인성(베이스)이 세션 밴드로 이소라와 합을 맞췄다. 편지와 펜을 형상화한 무대 장치는 30년간 이소라가 음악을 통해 보여줬던 서정성을 축약해놓은 듯했다.

1993년 그룹 ‘낯선 사람들’로 데뷔한 이소라는 1995년 ‘난 행복해’로 솔로로 전향했다. 30년간 사랑과 인생을 주제로 자신만의 고유한 음악 세계를 구축해 왔다. 시(詩)적인 노랫말과 가슴 먹먹한 정서를 담은 목소리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1996년부터 6년간 진행했던 음악 프로그램 ‘이소라의 프로포즈’(KBS), 5년간 DJ로 활동한 라디오 프로그램 ‘이소라의 FM음악도시’(MBC FM4U) 등에선 시청자·청취자의 사연을 소개하며 대중의 일상 가까이에서 음악으로 소통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이소라의 이번 공연은 지난 2019년 연말 콘서트 이후 4년 만에 열렸다. 사진 에르타알레 엔터테인먼트

이소라의 이번 공연은 지난 2019년 연말 콘서트 이후 4년 만에 열렸다. 사진 에르타알레 엔터테인먼트

“요즘은 집 밖에 안 나가고 집에서 소일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어요. 오랜만에 나와서 노래하니 옛날에 느꼈던 마음이 생각나네요.”
2020년 버스킹 음악프로그램 '비긴어게인'(JTBC) 하차 이후 외부 활동이 뜸했던 그는 자신의 근황을 간략히 털어놨다. 이번 공연은 2019년 연말 공연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무대였다. 그는 “항상 불안하게 공연했는데, 이번에는 집에서처럼 편안하게 노래할 수 있었다”면서 “1층, 2층, 그리고 3층까지 꽉 채워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관객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지난 7일부터 나흘간 이어진 공연의 마지막 날인 이날엔 선배 가수 이문세가 게스트로 등장했다. 이소라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은 채 깜짝 등장한 이문세는 이소라에게 축하의 꽃 한 송이를 건넸다. 그리고 즉석에서 이소라와 함께 ‘잊지 말기로 해’ 듀엣 무대를 선보였다.
그는 “이소라가 30주년이다. 과거 ‘별이 빛나는 밤에’(MBC FM4U) 진행할 때부터 (이소라는) 너무 눈에 띄어서 크게 될 가수라고 생각했다”면서 “대한민국에 이런 목소리 톤을 가진 가수가 있나 싶어 놀랐다”고 떠올렸다.
“오늘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이 1년 전, 10년 전, 20년 전보다 더 많이 눈물을 흘리는 것 같다”면서 “험하고 어려운 세상을 이겨내고 잘 살아왔다는 서로를 향한 위로 같다. 오래 하고 볼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소라 역시 “잘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오랫동안 끝까지 함께하는 것”이라며 공감했다.

엔딩곡 ‘바람이 분다’를 앞두고 이소라는 “언제 또 (무대에) 나오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좋아하는 노래를 하는 이 순간을 가장 좋아한다”며 “같은 생각, 같은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같은 장소에 모여 온 힘 다해 노래하고, 또 열렬히 박수를 쳐 주고 하는 이러한 시간이 소중하다”고 진심을 전했다.
“잊히고 싶지 않아요. 다음에 또 공연하거나 어디선가 보게 되면 저 생각해 주시고, 또 아는 척해 주세요.”

그의 마지막 말에 객석 여기저기서 박수와 함께 아쉬운 탄식이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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