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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방댓글로 1위기업 끌어내렸다…피해변제 버틴 CEO 최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쟁사 제품에 대한 비방 댓글을 조직적으로 단 업체 대표가 항소심까지 간 끝에 법정구속됐다. 김지윤 기자

경쟁사 제품에 대한 비방 댓글을 조직적으로 단 업체 대표가 항소심까지 간 끝에 법정구속됐다. 김지윤 기자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아기의 부상과 층간 소음을 막기 위해 꼭 찾는 물건이 있다. 영유아매트 내지는 놀이방매트다.

이 영유아매트 시장에서 현재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업체 대표가 법정구속됐다. 6년 전 경쟁업체에 대한 비방댓글을 조직적으로 작성해 손해를 끼친 혐의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2부(부장판사 김수경‧김형작‧임재훈)는 지난 7일 제이월드산업(알집매트) 대표 한모씨와 직원 임모씨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각각 실형 1년 6개월과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아기매트 1,2위 싸움 6년… 월 매출 16억원→1억원 뚝

크림하우스(왼쪽), 알집매트(오른쪽) 폴더매트. 각 회사 홈페이지 캡쳐

크림하우스(왼쪽), 알집매트(오른쪽) 폴더매트. 각 회사 홈페이지 캡쳐

구속된 한씨의 회사는 ‘알집매트’를 만드는 회사다. 2017년 영유아매트 업계에선 매출 190억원대인 크림하우스 매트가 1위, 알집매트가 2위로 꼽히고 있었다. 두 회사의 제품은 연한 크림색 커버, 비슷한 모양과 두께 등 여러 면에서 유사해 같은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관계였다. 그러던 중 2017년 크림하우스 매트에서 화학물질인 DMAc가 검출되며 친환경 인증 표지가 취소된 사건이 발생하자 한씨 등은 이를 기화로 바이럴마케팅 업체 등을 끌어들여 맘카페 등에 ‘크림하우스 친환경 인증 취소’ ‘크림하우스 시큼한 냄새 났어요ㅠㅠ’ 등 비방 댓글을 조직적으로 달도록 했다. 대포 계정을 동원해 2017년 11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약 8개월간 직접 비방 댓글을 쓴 바이럴마케팅 업체 관계자들도 함께 기소돼 대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댓글을 작성한 직원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 결과 2016년 연매출 192억원, 영업이익 10억원을 기록하던 크림하우스는 2017년 11월 이후 월 매출이 1억원으로 뚝 떨어졌고, 2018년 24억원, 2019년 3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공장도 팔았다. 그 사이 알집매트는 업계 1위로 올라섰다.

“피해변제하라”며 법정구속 안했지만… 합의도, 조정도 결렬 

 지난해 3월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이원중 판사는 대표 한씨에게 징역 1년 8개월, 차장 임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으나 법정구속하진 않았다. “불구속 상태로 피해회사에 실질적 변제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형사‧민사 재판 변호인단을 모두 교체한 한씨 등은 민사 재판에서 “실질 피해액에 비해 과도한 금액을 청구했다”고 주장하며 버텼다. 재판부가 한 차례 조정을 시도했지만 결렬됐고, 법정 밖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형사 항소심 재판에서는 계속 무죄를 주장했다. ‘형사 1심 판결 후 위로금 3억원을 공탁했고 42억원 가압류 해방 공탁금을 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민사 1심 선고 직후 즉시 배상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다만 피해 회사 측에 직접 변상하진 않았다.

피해 회사인 크림하우스 측은 마지막 공판기일에 출석해 “당시 우리나라 친환경 인증에서 DMAc 기준이 없었지만, 유럽 친환경 인증을 통과하는 양이었고 유해하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가장 민감한 소비자들이 모여있는 맘카페에서 이런 공격에 살아남을 수 있는 제품은 없다”며 엄벌을 촉구했다.

 재판부는 “진정한 소비자인 척 허위사실을 경험한 듯 내용으로 경쟁업체에 대한 비방댓글을 게시해, 부모들에게 잘못된 정보로 혼란을 주고 공정 시장경제를 어지럽힌 반시장적 행위”라며 “조직적, 계획적으로 8~10개월간 지속됐고, 재기의 기회를 갖지 못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공탁 및 민사 1심 판결금을 지급한 사정이 있었지만 “피고인들 행위로 받은 상당한 경제적 고통을 실질적으로 회복했다 보기 어렵다”며 법정구속했다.

통상 형사 재판이 끝난 뒤 민사 손해배상 결론을 내는 경우가 많지만, 중앙지법 민사 25부(부장판사 송승우)는 지난달 10일 “12억원과 지연이자를 배상하라”고 결론을 냈다. 청구액 80억원 중 약 15%다. 재판부는 “2017년 댓글작업 후 3년간 악영향이 유지됐고, 손실액 약 60억원”으로 평가했지만, 댓글로 인한 기여도는 20%만 인정했다. 원고 측이 항소해, 항소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실형 법정구속 선고를 들은 피고인 한씨는 그제서야 “민사 판결금 전액을 변제하면 되는 줄 알았다, 법정구속을 면해주시면 최선을 다해 진지하게 피해 회복에 임하겠다”고 읍소했지만, 재판부는 “피해 회사는 민사 판결에 항소한 것으로 안다, 1심 법정구속 하지 않았고 그간 합의를 위해 많은 기회를 드렸는데 노력하지 않은 것 같다”며 “판결에 불복하면 상고하시기 바란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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