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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수학 최상위권 점령한 이과생…1등급 97%가 미적분·기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학 1등급을 받은 최상위권 수험생 중 97%가 선택과목으로 미적분과 기하에 응시한 이른바 ‘이과’ 학생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 배부일인 지난 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효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대학 지원 참고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 배부일인 지난 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효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대학 지원 참고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종로학원이 2024학년도 수능 응시생 3198명의 성적을 분석한 결과 수학 1등급 수험생 중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한 수험생이 96.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확률과 통계 응시자는 3.5%에 불과했다.

통합수능 1년 차였던 2022학년엔 수학 1등급 학생 중 미적분·기하 응시자 비율이 86.0%, 지난해에는 81.4%였는데 올해는 사실상 1등급을 이들이 점령했다는 게 학원가의 분석이다. 수학 2등급과 3등급에서도 미적분·기하 응시자가 70% 넘게 차지하고, 4등급까지 내려가야 비로소 확률과 통계 응시자 비율이 절반을 넘어서는(52.9%)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건 확률과 통계의 경우 문제가 비교적 평이하게 출제됐지만, 미적분은 까다롭게 출제돼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가 11점가량 벌어졌기 때문이다. 표준점수는 응시자 개인의 원점수가 응시집단의 평균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나타내주는 점수다.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아지면 만점자의 표준점수(표준점수 최고점)가 올라가기 때문에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수험생이 받을 수 있는 표준점수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올해 수능 수학영역의 경우 원점수 기준으로 확률과 통계 100점이더라도 미적분의 88점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미적분을 택할 경우 서너 문제를 틀리더라도 확률과 통계 만점자 만큼의 표준점수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교육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통합수능 도입 당시부터 제기됐던 문제인데 특히 올해 학생 간 성적 편차가 큰 수학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봤다.

문제는 입시에서 수학의 영향력이 점차 커짐에 따라, 자연계열에 응시하려던 수험생들이 높은 수학 표준점수를 바탕으로 인문사회계열에 진학하는 ‘문과침공’이 해소되지 않는단 점이다. ‘문과침공’을 했다가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자퇴하는 학생이 늘어나는 것도 새로운 입시제도의 부작용이다.

다만 교육계 관계자는 “수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며 “학생들이 점수에 따라 전공을 바꾸지 않도록 대학에서 애초 자유·복수 전공의 길을 열어주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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