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팔면 준다던 임금…대유위니아 직원 "대출도 막혔다" 분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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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1부(부장 허훈)가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대유위니아그룹의 임금 체불사태에 다시 관심이 모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들은 7일과 9일 국회를 찾아 “체불임금을 즉시 지급하라”는 진정서를 박정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에게 접수했다. 직원 다수가 “방만 경영을 해온 사주가 체불 임금을 변제할 여력이 있는 데도 일부러 이행하지 않는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박근혜 조카사위…대유위니아그룹은 어떤 회사 

박영우 대유위니아 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날 박 회장은 체불된 임금에 대한 변제를 약속했다. 뉴스1.

박영우 대유위니아 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날 박 회장은 체불된 임금에 대한 변제를 약속했다. 뉴스1.

 대유위니아그룹은 1999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박 회장이 광주광역시에서 설립한 대유에이텍을 주력으로 하는 대유그룹이 전신이다. 현대·기아자동차에 자동차 시트를 제조해 납품하는 역할을 했고, 2010년 스마트저축은행, 2011년 몽베르컨트리클럽, 2014년 ‘딤채’로 유명한 위니아만도(현 위니아), 2018년 ‘클라쎄’의 동부대우전자(현 위니아전자)를 차례로 인수하면서 레저, 가전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수요가 악화하면서 2021~2022년 중국·멕시코·한국 광주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는 등 주력인 위니아전자를 중심으로 위기가 찾아왔다.

 위니아전자의 당기순손실은 2020년 335억4000만원, 2021년 758억3000만원, 2022년 2399억5000만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이 사태가 임금체불로 번지기 시작한건 지난해 5월 박 회장의 조카인 박현철 대표(구속기소)가 취임한 지 4개월 만이다. 위니아전자와 위니아매뉴팩처링은 지난해 9월, 위니아(옛 위니아딤채)는 올해 1월부터 쌓인 가전3사의 임금 및 퇴직금 체불액이 지난달 총 708억3600만원으로 불어났다.

무리한 美빌딩 매입…남양유업 계약금 320억 날릴 위기

대유위니아그룹이 지난해 2월 매입한 미국 뉴저지주의 한 오피스 빌딩. 그러나 경영상황이 악화되자 회사 측은 올해 3월 이 건물을 다시 부동산 시장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southpole 홈페이지.

대유위니아그룹이 지난해 2월 매입한 미국 뉴저지주의 한 오피스 빌딩. 그러나 경영상황이 악화되자 회사 측은 올해 3월 이 건물을 다시 부동산 시장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southpole 홈페이지.

 각 11개월과 15개월 임금이 체불된 근로자들은 이 사태 원인이 단순 시장 사정 악화가 아닌 부실 경영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경영 악화가 한창이던 지난해 2월 박 회장 측이 미국 뉴저지주의 한 대형 오피스 빌딩을 3100만달러(약 406억원)에 매입한 사건이다. 박 회장 측은 위니아아메리카유한회사라는 법인을 내세워 이 빌딩을 매수했는데 당시 지배구조(위니아전자→위니아대우일렉트로닉스→위니아대우일렉트로닉스아메리카→위니아아메리카유한회사)를 고려하면 사실상 적자에 허덕이는 위니아전자가 수백억원 짜리 빌딩을 산 셈이다.

 법적 분쟁 가능성이 높은 남양유업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수백억원의 계약금을 날릴 위기에 처한 것도 거론된다. 2021년 11월 대유위니아그룹은 대유홀딩스를 내세워 남양유업 지분 3200억원어치를 사들이겠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계약금으로는 320억원을 지불했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그 7개월 전인 2021년 5월 이미 지분 53.08%를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 유한회사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가 9월 돌연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이에 한앤컴퍼니 측이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였다.

 계약금을 돌려받기도 어려운 처지다. 한앤컴퍼니 측이 제기한 주식 양도계약 이행소송에서 법원이 ‘정당하게 합의한 주식매매계약은 파기할 수 없다’며 남양유업 주식은 한앤컴퍼니 측에 넘겨야 한다고 판결하면서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 심리 중이다.

오너일가 최대지분 회사에 자산 몰아주기 의혹 

 대유위니아 계열사 법정관리 사태 50일째를 맞은 지난달 10일 오후 광주 광산구 한 위니아 협력업체 공장에서 회사 관계자가 출고되지 못한 채 쌓여있는 김치냉장고 부품의 생산날짜 등이 기록된 부품식별표를 보여주고 있다. 뉴시스.

대유위니아 계열사 법정관리 사태 50일째를 맞은 지난달 10일 오후 광주 광산구 한 위니아 협력업체 공장에서 회사 관계자가 출고되지 못한 채 쌓여있는 김치냉장고 부품의 생산날짜 등이 기록된 부품식별표를 보여주고 있다. 뉴시스.

 그간의 경영 전반과 최근 회사의 자구책을 지켜본 직원들은 박 회장 측이 일가의 지분이 높은 회사부터 살리고, 계열사들을 고의로 ‘껍데기’로 만드는 등 배임·횡령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9월19일 대유플러스가 박 회장의 지분(21.8%)이 계열사 중 가장 많은 대유에이텍에게 알짜 자산인 대유에이피(국내 스티어링 휠 시장점유율 1위)를 넘겨주고 엿새 만인 25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일이다.

 대유플러스가 9월19일 화성공장과 대유글로벌 지분을 대유에이피에 먼저 매각하기로 의결하고, 동시에 보유중이던 대유에이피 주식 206만6116주(16.16%)를 대유에이텍에 양도해 대유에이텍에 자산을 몰아주는 식이다. 대유에이텍에는 박 회장의 장녀 박은희씨와 차녀 박은진씨의 지분도 각각 0.38%와 1.37% 있다. 박 회장의 아내인 한유진씨와 두 딸은 11~12월 수차례에 걸쳐 대유플러스 주식 약 425만주를 매각해 현금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골프장 팔면 준다더니 “회사 매각이 답“…직원 분노

대유위니아그룹이 지난달 30일 박영우 회장 명의로 국회에 제출한 체불임금 변제 지원 계획안. 박 회장은 몽베르CC 등을 매각한 대금으로 밀린 임금을 주겠다고 했지만, 변제계획서에는 가장 유효한 해결 방안으로 M&A가 제시됐고, 자금 대여도 대여회사의 배임 우려로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이 들어갔다. 독자제공.

대유위니아그룹이 지난달 30일 박영우 회장 명의로 국회에 제출한 체불임금 변제 지원 계획안. 박 회장은 몽베르CC 등을 매각한 대금으로 밀린 임금을 주겠다고 했지만, 변제계획서에는 가장 유효한 해결 방안으로 M&A가 제시됐고, 자금 대여도 대여회사의 배임 우려로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이 들어갔다. 독자제공.

 장기간 생활고에 직면한 직원들은 오너 일가의 대응에 폭발 직전이다. 특히 지난달 30일 박영우 회장 명의로 국회에 제출된 ‘대유위니아그룹 체불임금 변제 지원 계획안’이 발화점이 됐다. 회사 측이 가장 효과적인 임금 체불 변제 방안으로 ‘자금 여력이 있는 회사와 가전3사를 M&A 하는 수밖에 없다’는 안을 제시해서다. 그 배경으로 가전3사에 회생절차가 진행중이라 자금을 대여해주는 법인은 배임이 돼 돈을 빌리기 힘들다는 취지로도 말했다.

 위니아전자 직원 A씨는 “지난 10월 박 회장은 국회 국정감사에 나와 몽베르CC를 매각하면 임금을 준다고 했는데 11월초 3000억원에 매각이 완료된 후에도 묵묵부답”이라고 호소했다. 또 “M&A 밖에 답이 없다는 건 결국 다른 회사에 임금 지불 책임을 떠넘긴다는 것 아니겠냐”고 따졌다.

 위니아 소속 직원 B씨는 “직장인이 15개월째 임금이 밀리면 아이들 교육을 비롯해 모든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에 직면한다”며 “특히 4대보험이 밀리면서 대출까지 막힌 상태인데 오너 일가는 여력이 없다면서도 수십, 수백억원의 자산을 챙기고 있다. 고의에 가까운 방만경영으로 계열사를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해놓고, 이제 와 회생절차 중이라 돈을 빌리기 어렵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위니아전자 노조에 따르면 박 회장은 미등기임원으로 법적 책임 없이 그룹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2021년 65억원, 2022년 77억원을 연봉으로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그러나 “박 회장이 임금 체불에 개입한 정황이 있어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된 것”이라며 “다만 근로기준법 외에 배임 등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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