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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 막고 사고 유발하는 전동킥보드, 왜 무단 방치하나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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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8호 10면

지난달 9일 서울 신촌역 인근 보행로에 킥보드가 방치돼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원동욱 기자

지난달 9일 서울 신촌역 인근 보행로에 킥보드가 방치돼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원동욱 기자

정영은(38)씨는 얼마 전 아이가 다쳐와 깜짝 놀랐다. 정씨는 “초등학생 아이가 자전거를 타다가 골목에 쓰러져있는 공유 전동 킥보드에 걸려 넘어졌다더라”며 “크게 다친 것은 아니라 다행이었지만 가끔 관리가 되지 않은 킥보드들을 보며 우려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전했다.

거리 곳곳에 방치되는 공유 전동 킥보드에 대한 시민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시가 전동 킥보드 견인제도를 시행한 2021년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전동 킥보드 견인 건수는 12만9131건으로 집계됐다. 자치구별로는 마포구가 1만258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송파(1만2234건), 강남(1만1092건), 성동(1만1065건), 영등포(1만205건) 순이었다. 현재 서울 시내에 배치된 공유 전동 킥보드는 약 4만3000대로 업체 5곳에서 운영 중이다.

지난 6일 신촌역, 강남역 등 서울 주요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살핀 결과 킥보드가 어지럽게 방치돼 보행자들의 통행을 방해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마포구 주민 이정원(31)씨는 “지나가다보면 한두대도 아니고 몇대씩 길거리에 널브러져 있어 통행에 굉장히 지장을 준다”며 “도시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소화전 앞까지 가리지 않아 긴급 상황 시 문제가 될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민 89.1%는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를 무단 방치한 것을 본적이 있고, 이중 95.9%는 통행에 불편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시민들은 해결책으로 ‘PM 견인제도 강화(60.6%)’와 ‘업체의 관리능력 강화(45.4%)’를 꼽았다.

공유 전동 킥보드가 무분별하게 방치되는 이유는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개인형 이동장치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2020년 발의됐으나 국회 소관 상임위의 문턱도 넘지 못했다. 현재 공유 킥보드는 무단 방치를 해도 과태료가 없고 견인료만 부과한다. 킥보드를 견인할 경우 지자체는 경형 자동차에 준해 건당 4만원의 견인료와 30분당 700원의 보관료를 물린다. 올 9월까지 2년여 동안 51억6500만원을 부과했다. 대부분은 전동킥보드 업체가 부담하지만, 일부 업체는 약관을 변경해 마지막으로 탄 이용자가 내도록 한다. 업체가 담당 직원을 늘리는 대신 견인료를 내는 것으로 회수 책임을 지자체에 미루는 셈이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정경훈(26)씨는 “업체에 불법주차 민원을 넣어도 회수를 하지 않고 매번 같은 곳에서 불법 주차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에는 25개 자치구 중 7곳(광진·강서·마포·동대문·영등포·송파·중랑구)에 57명의 PM 안전관리 서포터즈가 배치돼 있다. 당장 길거리에 방치된 킥보드를 치우는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동구 주민 이원영(33)씨는 “이득을 보는 것은 업체인데 왜 자치구가 나서서 세금으로 뒤처리를 해주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공유 킥보드는 처음 도입하는 신사업이라 선제적으로 주차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이제는 사업이 어느 정도 정착됐기에 업체에서 해결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태료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경일 교통 전문 변호사는 “불법 주정차된 킥보드에 견인료 뿐 아니라 과태료를 추가로 부과하면 업체들이 경각심을 갖고 관리에 집중할 것”이라며 “관리 책임이 업체에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방치할 경우 지자체나 경찰이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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