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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한동훈과 프레임 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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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일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서 '출입국 이민관리청 신설 방안'에 대해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일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서 '출입국 이민관리청 신설 방안'에 대해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6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장에서 이민청 설립안을 설명했다. 사실상 정치입문 신고식이라니, 타이밍이 좋았다.
이날 인터넷의 화제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교통사고였다. 전날밤 귀가 중 유동규 차를 트럭이 추돌했다. 유동규는 "내가 죽으면 극단선택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사고나 자살로 위장된 피살 가능성을 경고한 셈이다.
유동규는 지난달 30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사건의 결정적 증언자다. 유동규는 김용이 받은 대장동 일당의 돈은 결국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정치자금'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김용의 법정구속은 이재명 사법리스크의 현실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유동규 교통사고와 김용 유죄선고를 엮으면 영화 '아수라'가 된다. 2016년 개봉된 영화는 노골적으로 성남시장 이재명을 연상하게 만드는 범죄스릴러다. 영화속 악덕시장은 부패경찰을 사주해 결정적 증언자를 처리함으로써 선거법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는다.
아수라가 회자되는 타이밍에 한동훈의 등장은 '범죄자와 검사'라는 프레임을 강화시킨다. 프레임은 유권자의 생각을 지배하는 정치언어의 틀이자, 선거를 좌우하는 정치판의 구도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고 하면 코끼리를 더 생각하게 되듯이, '범죄자와 검사'란 구도가 만들어지면 한동훈은 정의의 사도가 된다.
정치신인 윤석열 검사가 백전노장 이재명을 이긴 데도 이런 프레임이 작동했다. 범죄피의자 이재명이 야당 대표이자 차기 대권주자인 상황에서 이 프레임은 여전히 유효하다. 주인공이 윤석열에서 한동훈으로 바뀌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