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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고용 냉각 신호에 국채금리 뚝…“시장 김칫국” 경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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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 노동시장의 구인 규모가 2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 상반기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에 힘을 더 보탰지만, 낙관론이 지나치다는 경계도 나온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미국 노동통계국이 5일(현지시간) 발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지난 10월 민간기업 구인 건수는 873만3000건으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61만7000건 줄면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940만건)에도 크게 못 미쳤다. 2021년 3월 이후 가장 적다. 노동자 1인당 빈 일자리 수도 지난해 2개에서 1.3개 수준으로 내려왔다. 구인 건수는 고용 지표의 선행 지표 격으로 여겨진다.

직장을 그만두는 자발적 퇴직자 수는 360만 명으로 전월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자발적 퇴직률(전체 고용 대비 퇴직)은 2.3% 수준을 유지했다. 이직과 취업에 관한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약해졌다는 뜻이다. 채용 사이트 인디드의 닉 벙커 분석가는 “노동시장이 코로나19 이전으로 ‘재균형(re-balancing)’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은 Fed가 통화 긴축을 종료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웠다. 노동시장의 냉각은 Fed가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을 택할 공간을 만든다. 스튜어트 폴 블룸버그이코노믹스 분석가는 “노동시장과 경제활동이 둔화하고,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이 당분간 지속할 것이기 때문에 내년 1분기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봤다.

이날 채권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4.2% 밑으로 떨어졌다. 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5%대를 오갔던 지난 10월과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금리 인하 전망뿐만 아니라, 미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안전자산인 미 국채의 투자 수요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시장의 관심은 오는 8일 나올 11월 고용보고서에 있다. 여기서 노동시장 둔화가 확인되면 긴축 종료 전망에 무게가 더 실리게 된다. 시장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5.25~5.5%)에 동결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낙관론이 과도하다는 경고도 적지 않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그룹 수석 경제고문은 “투자자들이 Fed의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예고)를 무시하고, 금리 인하에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웨이 리와 엘렉스 브레이저 전략가도 “금리 인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 지금 시장은 고금리와 큰 변동성이 특징”이라고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시장의 기대가 너무 멀리, 너무 빨리 갔는지에 대한 논쟁이 12월을 지배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이 잘못된 기대로 ‘베팅’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날 뉴욕증시는 최근 단기간에 빠르게 주가가 오르면서 고점 부담이 생긴 데다, 고용보고서를 확인하려는 숨 고르기를 했다.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제롬 파월 Fed 의장이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발언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인플레이션이 Fed의 목표치인 2%까지 낮아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나, 지표가 다시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로이터는 지난 10월 이후 미 장기 국채 수익률이 꾸준히 내려온 점도 변수라고 봤다. 국채 금리가 낮아지면 Fed가 금융 여건을 조이기 위해 고금리 기조를 더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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