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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까지 활용하는 보이스피싱…사기보험 가입자는 미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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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어머니와 함께 가입할 ‘보이스피싱 보험’을 찾고 있다. 금융사기 피해를 일부 보상하는 상품인데, ‘우리 가족도 언젠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씨는 “어머니가 사기범으로부터 클릭을 유도하는 미끼 문자를 받고 놀라 회사 업무 중에 전화한 적도 여러 번”이라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는 보이스피싱 보험의 가입률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상액이 피해액에 비해 지나치게 낮아서다. 6일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에 따르면 대형 5개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금융사기 피해 보장 담보 보험 신계약건수는 매년 200여 건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최근 급격히 가입 건수가 늘어 올해 상반기(1~6월)까지 신계약건수가 272건을 기록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지난 2020년 금융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은 ‘보이스피싱 척결 종합방안’을 마련했다. 이후 통신사나 은행에서 고객에게 제휴 보이스피싱 보험을 소개하거나, 보험사가 상생 금융 차원에서 고령층 무료 가입을 제공하는 등 상품 접근성이 나아졌다. 보험료도 보장 내용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연 1만원 내외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그런데도 가입률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보이스피싱 보험 가입 활성화를 위해선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운용 중인 보이스피싱 보험은 보상금액이 300만~500만원 수준이고 최대 보장 한도도 1000만원 수준이라 피해 금액에 비해 턱없이 미흡하다. 최근 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낸 ‘보이스피싱 범행단계별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김계환 변호사(법무법인 감우)는 “보이스피싱 피해자 1인당 피해금액이 평균 1000만 원 수준으로 추산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 금액이라 개별 피해액은 수천만 원 이상인 경우도 있다”며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더라도 보장 내용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갈수록 진화하는 추세다. 서범수 의원실이 최근 5년간 계좌 이체형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를 들여다보니 피해 규모가 다시 커지는 추세로 나타났다. 2022년 9월 말 기준 937억원이던 피해액수는 올 9월 말 1357억원으로 불었다. 이 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대면편취형·출금형·절도형 범죄를 합하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난다. 최근에는 고령층뿐 아니라 청년 세대도 사기범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실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 20·30세대의 피해액은 302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지난해 피해 금액(145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지인의 목소리와 얼굴을 복제하는 등 보이스피싱이 고도화된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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