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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신약 900명에 무상 공급…"故유일한 박사의 창업 정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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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열홍 유한양행 연구개발 총괄사장은 4일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폐암 치료 신약을 연말까지 900명 이상의 환자에게 무상 공급하겠다. 국가와 동포에게 도움을 주자는 창업주 유일한의 정신이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김열홍 유한양행 연구개발 총괄사장은 4일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폐암 치료 신약을 연말까지 900명 이상의 환자에게 무상 공급하겠다. 국가와 동포에게 도움을 주자는 창업주 유일한의 정신이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최근 제약 업계에선 유한양행이 무상으로 공급하는 폐암 신약 ‘렉라자’가 뜨거운 감자다. 유한양행은 올 7월 자체 개발한 폐암 신약 렉라자를 보험급여 등재 전까지 무상으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국내 107개 기관이 신약 공급을 신청했고, 현재 97개 기관에서 무상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김열홍 유한양행 연구개발 총괄사장 인터뷰 #"신약 개발 선순환으로 글로벌 제약사 도전"

김열홍(64) 유한양행 연구개발(R&D) 총괄사장은 지난 4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연말까지 900명 이상의 환자에게 신약을 무상 공급할 예정”이라며 “이게 ‘가장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게 도움을 주자’는 고(故) 유일한 박사의 창업 정신”이라고 말했다.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박사. 그는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유한양행

올 3월 유한양행에 합류한 김 사장은 고려대 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를 지낸 암 전문가다. 김 사장은 “보험 급여를 받지 못하면 환자가 매달 600만원 정도를 지불해야 하는데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유일한 창업주의 경영 철학이 있었기에 무상 공급 결정이 어렵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2018년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렉라자를 기술 수출한 유한양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12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했다. 국내 제약 업계에선 전례가 없는 투자 규모였다. 김 사장은 이에 대해 “장가·시집 보냈다고 끝이 아니고 사돈 관계가 잘 유지돼야 한다”고 비유했다. 기술 수출과 별개로 진행한 자체 임상시험이 글로벌 제약사에 대한 지원과 압박이 됐다는 의미다.

유한양행이 개발한 폐암 신약 렉라자. 사진 유한양행

유한양행이 개발한 폐암 신약 렉라자. 사진 유한양행

렉라자는 특정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3세대 표적항암제다.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도 죽이는 1세대 항암제, 내성 부작용이 있는 2세대 항암제에서 진보한 기술이다. 효과 검증도 끝났다.

미국 식품의약처(FDA) 승인 과정은 이르면 내년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김 사장은 “FDA 승인 과정 개시는 얀센의 결정에 달렸다”면서도 “FDA가 승인하면 글로벌 신약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국산 신약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폐암 환자에게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이 혁신 신약 국가로 거듭날 기회를 얻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열홍 유한양행 연구개발 총괄사장이 4일 유한양행 본사에 전시된 신약 렉라자 모형 앞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김 사장은 “렉라자는 임상 시험을 통해 경쟁 제품 대비 우월성을 입증했다”며 “신약의 특장점을 살려 시장 후발주자의 단점을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김열홍 유한양행 연구개발 총괄사장이 4일 유한양행 본사에 전시된 신약 렉라자 모형 앞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김 사장은 “렉라자는 임상 시험을 통해 경쟁 제품 대비 우월성을 입증했다”며 “신약의 특장점을 살려 시장 후발주자의 단점을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유한양행은 앞으로도 신약 도전을 이어간다.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항암제와 비만 치료제 등에 개발 능력을 집중하고 있다. 김 사장은 “글로벌 제약사보다 몸집이 작은 유한양행이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은 신약 개발밖에 없다”며 “길리어드나 다케다도 신약을 통해 R&D 선순환을 이뤘고,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독자 R&D와 함께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바이오 벤처 등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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