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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상 입고도 25분간 지휘…'연평 영웅' 이희완 차관 깜짝 발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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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연평해전 참전용사인 이희완 해군 대령이 국가보훈부 차관에 임명된 데는 전쟁영웅에 대한 예우를 강조하는 현 정부의 시각이 담겼다는 평가다.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현역 군인을 정부 요직에 전격 발탁해 ‘영웅이 대우받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행동으로 보였다는 의미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신임 국가보훈부 차관으로 제2연평해전 승전의 주역인 이희완 해군 대령을 임명했다. 제2연평해전 승전 20주년 기념식이 열린 지난해 6월 경기도 서해 해상에서 유도탄고속함 '윤영하함'을 타고 인터뷰하는 이희완 중령의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신임 국가보훈부 차관으로 제2연평해전 승전의 주역인 이희완 해군 대령을 임명했다. 제2연평해전 승전 20주년 기념식이 열린 지난해 6월 경기도 서해 해상에서 유도탄고속함 '윤영하함'을 타고 인터뷰하는 이희완 중령의 모습. 연합뉴스

1976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난 이 차관은 2000년 해군사관학교 54기로 졸업한 뒤 해군 항해소위로 임관했다. 중위 진급 후 참수리 357정 부정장을 맡던 중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이 일어났다. 전투 중 윤영하 정장이 전사하자 부정장으로서 25분간 교전을 지휘했다.

이 과정에서 이 차관은 북한군의 37㎜ 포탄을 맞으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치열한 사투 끝 제2연평해전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오른쪽 다리를 절단해야 할 만큼 큰 부상을 입었다. 제2연평해전은 영화 ‘연평해전’으로 2015년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배우 김무열, 진구 등이 출연한 해당 영화에서 이완이 이 차관 역할을 연기했다.

부상으로 배를 탈 수 없게 됐지만, 이 차관은 현역 복무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본보기가 될 만한 행위로 신체장애가 된 군인은 현역 복무가 가능하다”는 군인사법 규정에 따라 해군사관학교로 자리를 옮겨 군 생활을 이어갔다. 2002년 말에는 제2연평해전 승전의 공로를 인정받아 충무공무공훈장을 받았다. 이 차관은 현재 현역 군인 중 유일한 충무무공훈장 수훈자다.

2017년 중령으로 진급한 이 차관은 올해 12월부로 대령으로 진급해 현재 해군본부 인사참모부에서 교육정책을 담당하고 있다. 이날 차관으로 임명되면서 곧 전역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호국영웅 초청 소통식탁' 행사에서 제2연평해전 생존자 이희완 중령으로부터 사진설명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호국영웅 초청 소통식탁' 행사에서 제2연평해전 생존자 이희완 중령으로부터 사진설명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차관 직위에 현역 군인은 물론 참전용사가 임명된 건 이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2000년대 이후 참전용사가 정부 고위직에 발탁된 사례가 없었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계급으로 봐도 전례를 찾기 힘들다. 통상 대령은 국방부 기준으로 과장급 직위를 맡기 때문이다. 김선호 현 국방부 차관의 경우 육군 중장, 차관급인 이기식 현 병무청장은 해군 중장으로 각각 군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 같은 파격 인사에는 참전용사에 대한 예우를 중시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방미에서 이 차관과 천안함 함장이었던 최원일 예비역 해군 대령 등 8명의 상이군인과 자리를 함께했고, 6월엔 청와대 영빈관으로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들을 초청해 오찬을 갖기도 했다. 정부 소식통은 “상이군인이나 전쟁영웅의 활발한 정·관계 진출이 사회적 예우 분위기 조성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미국 등 보훈 선진국 사례도 참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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