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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에 40대 뇌 가진 사람들…간단한 습관 네 가지의 기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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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수퍼에이저들의 공통점

불로장생의 꿈: 바이오혁명

여든에도 마흔 정도의 정신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 ‘수퍼에이저’는 인구의 10%쯤 됩니다. 뇌 영상을 찍으면 분명 치매인데도 인지력에 문제가 없는 이들도 있습니다. 뇌가 손상됐지만 ‘인지 예비능’이 작동해 마치 보조 배터리처럼 기능을 대신하는 겁니다. 고령화 시대 ‘수퍼 히어로’들의 뇌를 살펴봤습니다. 타고나지 않아도 누구나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불로장생의 꿈:

불로장생의 꿈:

카르멘 델로레피체(사진), 뉴욕에서 활동하는 최고령 현역 수퍼모델입니다. 1931년 6월 3일생이니까 만 92세, 올해 4월에도 화보 촬영을 했네요. 이렇게 세상엔 80대, 90대에도 20~30년은 젊은 뇌 기능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수퍼에이저’라고 합니다. 수퍼에이저는 뇌만 젊은 게 아니고 신체도 동년배보다 훨씬 더 젊습니다. 수퍼에이저에겐 특별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거액을 들여 약을 먹거나 치료를 받아서도, 유전자를 잘 타고나서가 아닌 누구나 일상에서 따라 할 수 있는 ‘수퍼에이저가 되는 법’, 지금부터 알아보시죠.

카르멘 델로레피체

카르멘 델로레피체

수퍼에이저의 뇌와 보통 사람들의 뇌를 촬영한 PET/CT 영상을 비교해보면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타우(Tau) 단백질과 아밀로이드(Amyloid) 단백질이 수퍼에이저에겐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일반 노인이나 경도인지장애 환자에 비해 뇌가 상당히 깨끗합니다. 그 이유를 놓고 1980년대부터 신경학자들이 치매 환자를 연구한 결과에서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 직업별로는 전문직이 치매에 덜 걸리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교육 기간, 직업 수준에 따라 치매 위험이 2배 넘게 차이가 난 겁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 뇌에 치매 원인이 되는 찌꺼기들이 잔뜩 껴 있는 데도 치매가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이 발견됩니다. 뇌의 어떤 예비적인 능력, 즉 ‘인지 예비능’이 치매의 발병을 막아준다는 거죠. 80·90년대엔 인지 예비능도 학력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이후 연구에서 다양한 활동들이 인지 예비능을 키워준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그런데 이는 수퍼에이저의 특징들과도 거의 일치합니다.

김건하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는 세 가지 생활습관의 특징으로 설명합니다. “첫 번째는 악기나 외국어를 배운다든가 뇌를 자극하는 굉장히 다양한 새로운 활동을 많이 시도하는 습관입니다. 두 번째는 신체 활동량이 일반 노인하고 비교해 확실히 많다는 겁니다. 세 번째는 친구·친척과 교류나 봉사활동 등 사회활동을 통해 나를 서포트해 주는 사회적 네트워크가 많은 것이 특징이죠. 이런 특징들이 수퍼에이저의 뇌를 튼튼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학력이 높으면 뇌에 병리 현상이 많이 나타나도 치매 증상은 덜 나타난다. [사진 스턴 야코브]

학력이 높으면 뇌에 병리 현상이 많이 나타나도 치매 증상은 덜 나타난다. [사진 스턴 야코브]

그러니까 독서·여행·음악 감상 같은 취미든, 사교 활동이든 뭐든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할수록 치매 위험은 낮아집니다. 특히 항상 하는 반복적인 일보다 평소 안 하던 것, 새로운 경험을 할수록 뇌에 좋은 자극을 많이 준다는 겁니다. 김 교수는 “내가 그날 일을 정리해 저녁마다 쓰는 일기도 정보를 정리하는 전두엽이라는 뇌 기능을 통합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이어 몸을 활발하게 움직이는 운동, 그중에서도 유산소 운동은 치매 예방에 결정적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운동을 하면 뇌로 올라가는 혈류량이 증가해 뇌세포에 대한 영양분 공급이 늘어나고, 또 신체 활동량이 늘면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라고 하는 뇌를 보호하는 물질이 더 많이 생산되기 때문”입니다.

김건하

김건하

올해 8월엔 스페인에서 64명의 수퍼에이저와 55명의 일반 노인을 비교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그 결과 수퍼에이저는 50대보다 인지 검사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이들의 뇌 영상에선 일반 노인보다 사고 기능을 맡는 회백질이 더 많았고 대뇌 피질도 더 두꺼웠습니다. 다만 IQ는 일반 노인과 비슷했고 학력의 차이도 크게 없었습니다. 이에 연구진은 무엇이 차이를 만들었는지 가장 중요한 11가지를 추렸습니다.

중요도가 가장 높은 순으로 보면 수퍼에이저는 ▶신체 활동 점수가 우수하고 불안감과 우울감이 낮았습니다. ▶일상생활을 잘했고, 읽기 점수가 높았습니다. ▶중년에 활발한 활동을 했고 반응 속도가 빨랐고 충분히 잤습니다. 또 ▶음악을 배운 적이 있었으며 혈당 장애가 적었습니다. 여기서도 다양한 경험과 신체 활동, 긍정적 정서의 중요성이 강조된 한편 또 하나 ‘숙면’이 추가됐습니다. 특히 최근들어 수면의 양과 질은 치매 예방 요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숙면은 뇌 네트워크도 튼튼하게 해주고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의 아밀로이드도 수면 중에 일부 씻겨나간다”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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