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성모(62)씨 측이 ‘돈을 찔끔찔끔 주니까 일(수사무마 청탁)이 잘 마무리가 안 된다’는 말을 수차례 했습니다.”
5일 오후 광주지법 202호법정. 코인사기 혐의로 기소된 탁모(44)씨가 ‘사건 브로커’ 성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말이다. 성씨는 공범 전모(63)씨와 함께 코인 사기사건 피의자 탁씨에게 검·경 수사무마 청탁과 함께 거액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성씨는 탁씨 외에도 20여년간 광주·전남에서 경찰 인사청탁과 관급공사 로비 등을 개입해온 의혹을 받고 있다.
“돈을 찔끔찔끔 주니까 일이 안 된다”
검찰에 따르면 성씨와 전씨는 탁씨 형제에게 2020년 1월부터 총 22회에 걸쳐 18억5450만원을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 성씨는 단독으로 8회에 걸쳐 15억3900만원, 전씨는 9회에 걸쳐 8550만원을 받았다. 이들은 공동 범행으로 5회에 걸쳐 2억3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탁씨 형제는 보유하고 있던 가상화폐를 현금화해 여행용 가방에 담아, 광주 골프클럽이나 초밥집 등에서 성씨의 제네시스 EQ900 차량 트렁크에 넣어주는 등의 방법으로 전달했다고 했다.
사건을 청탁하려면 경찰 고위직 등을 상대로 골프 모임을 해야 한다며 골프 회원권 구매, 접대, 변호사 선임비 명목으로 10억~15억원이 필요하다고 성씨가 얘기해 그 돈을 준비해 전달했다고 탁씨는 주장했다.
이와 함께 탁씨는 경찰 고위직, 검찰 관계자, 정치권 인사가 참여하는 식사 자리에 성씨가 자신들을 부르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해당 식사 자리에는 당시 경무관(현재 치안감 퇴직자)과 검찰 6급 수사관 등 수사기관 관계자들이 있었고, 모 지역 국회의원 비서관 등이 있었다고 했다.
탁씨 측은 그 자리에서 성씨에게 서울 강남서 사건과 광주 광산서 사건 해결을 위한 인사비 명목으로 1억원을 전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검찰 6급 수사관은 현재 구속기소 돼 연루 사실이 확인된 인물이지만, 전직 경무관은 공개적으로는 처음 드러난 경찰 고위직이다.
하지만 탁씨는 “당시 성씨에게 건넨 돈이 공무원들에게 제대로 들어가는 지가 의심스러웠다”고 말했다. 자신이 고소된 검·경 관련 사건무마를 대가로 돈을 건넸지만, 경찰이 수차례 영장을 재청구한 데 대한 불만이었다.
탁씨, 검·경에 ‘성씨 비위 제보’
탁씨는 성씨와 사이가 틀어지자 지난해 4월 경찰에 “성씨 비위를 제보하겠다”고 한 데 이어 지난해 8월에는 검찰에 제보했다.
반면 성씨 측은 “탁씨가 준 돈은 사건 해결을 위해 썼다”라고 반박했다. 또 탁씨가 줬다고 주장하는 금액보다 5~6억원 가량 덜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씨 “변호사 선임비까지 내줬다”
성씨 측은 또 2020년 12월 탁씨의 코인 사기사건 수사 당시 변호사 선임료를 자신이 부담했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탁씨는 “당시 변호인단 중 A변호사는 성씨가 선임해준 것 아니냐”라는 질문에 “성씨가 A 변호사에게 1억5000만원을 건넸다고 했다”고 답했다. A 변호사는 과거 타 지역 검사장 재직 당시 탁씨 사기사건을 수사해 사법처리한 인물이다.
재판부는 성씨 등이 탁씨에게 돈을 받아 로비한 구체적인 대상과 금액 등을 신문했다. 이들의 로비 대상으로는 서울강남경찰서(8회·1억3400만원), 광주 광산경찰서(2회·8000만원), 검찰(7회·3억 2100만원) 등이 언급됐다. 나머지 로비 대상은 ‘검·경 담당 수사관계자’로 파악됐다. 성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다음달 11일 오후 2시30분 열린다.
검찰, 경찰 인사청탁, 관급공사 비리 수사중
앞서 검찰은 탁씨의 사건무마 청탁 혐의 외에도 경찰 인사청탁, 지자체 관급공사 비리 의혹 등을 조사해왔다.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 김진호)는 지난 8월 4일 성씨와 전씨 구속한 것을 시작으로 검찰 수사관 1명, 전직 경찰 경무관·경감 2명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