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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겹호재에 4.2만달러 돌파…"시장 기대 과도" 우려도

중앙일보

입력

대표적인 가상자산인 비트코인 가격이 가파른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5일(한국시간) 오전에 4만2000달러(약 5500만원)를 넘었다. 전날 오전에 '테라-루나 사태' 이후 20개월 만에 4만 달러를 돌파한 뒤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10% 이상 올랐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현재까지 150% 넘게 상승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둔화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진 영향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 판단 근거로 활용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지난 10월에 전년 대비 3% 올랐다.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는 약세를 보인 대신, 위험자산인 비트코인 투자 수요는 늘었다.

픽텟 자산운용의 루카 파올리니 수석 전략가는 "Fed가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할 때 좋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자산들이 최근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비트코인과 금을 예로 들었다. 실제 최근 국제 금값도 온스당 2100달러를 넘기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현물인 금은 이자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금리가 낮아지면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 당국의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소식도 호재로 작용했다. 블랙록을 비롯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지난 6월 미 증권거래소(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신청했다. 이르면 내년 1월에 승인이 예상된다. 현물 ETF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게 되면 유동성과 투명성이 높아져 투자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기관 등의 대규모 자금도 유입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내년 4월로 다가온 '반감기'까지 비트코인의 겹호재로 풀이된다. 비트코인은 전체 발행량이 제한돼 있어 일정량이 유통되면 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들도록 설계돼 있다. 반감기는 약 4년을 주기로 온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1차 반감기(2012년 11월)가 시작된 시점부터 다음 반감기까지 약 92배 상승했다. 2차(2016년 7월)와 3차(2020년 5월) 반감기 때는 각각 30배, 8배 올랐다.

블룸버그는 "비트코인 가격이 얼마나 높이까지 올라갈지를 두고 5만 달러(약 6550만원)에서 최대 53만 달러(약 7억원) 이상까지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고 했다. 투자은행 스탠다드차타드는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이 내년 말까지 10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UTERS=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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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는 시선이 만만찮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면 유동성이 풀리지 않으면서 비트코인 상승 폭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밀러타박플러스코의 매트 말레이 수석 시장전략가는 "시장에 지난 2020년과 2021년 같은 (자금) 유동성이 생기지 않는 한 비트코인에 관한 낙관적 예상은 헛된 꿈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일부 투자은행(IB)은 'Higher for Longer'(더 높게 더 오래)는 아니지만, 현 수준의 고금리가 지속하는 'High for Longer'를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인플레이션 완화가 지속하더라도 Fed의 목표(2%) 달성은 2025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TF 호재 역시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도 있다. 존스 트레이딩의 마이클 오루크 수석 시장 전략가는 "ETF 기대와 금리 인하에 대한 희망이 결합해 또 다른 투기적 광란을 불렀다"며 "ETF를 기다리다가 2만 달러 랠리를 놓친 사람들이 단지 ETF이기 때문에 두 배의 비용을 지불할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비자이 아야르 코인DCX 부회장은 "ETF 승인이 무산되면 이번 랠리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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