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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투자자 어디갔나…서울 아파트 ‘원정투자’ 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금은 투자할 시점이 아닙니다.” “금리도 높은데 무리할 필요 없어요.”

 지난 1일 남산을 찾은 시민이 서울 아파트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지난 1일 남산을 찾은 시민이 서울 아파트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최근 한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갭 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입)할 서울 아파트를 보고 있다”는 글이 올라오자, 이런 댓글이 달렸다. 투자 목적의 매수가 많던 서울 아파트조차 투자하기 꺼린다는 얘기다. 지방의 한 커뮤니티에는 “이제 투자나 임장(현장 답사) 모두 비시즌”이라는 글도 있었다.

다른 지역 거주자들이 서울 아파트를 사들이는 ‘원정 투자’가 줄고 있다. 거래 비율로 따지면 12개월 만의 최저다. 주택 수요가 급감하면서 ‘투자자도 움츠러들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지방 등 서울 이외 거주자가 서울 아파트를 사들인 건수는 전체 거래량(2983건)의 21.3%(635건)로 집계됐다. 거래 5건 중 한 건은 원정 투자란 뜻으로, 지난해 10월(18.7%)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25개 구 가운데 관악구의 외지인 매입 비율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지난 9월 26.7%에서 지난 10월 18.3%로 줄었다. 강남구(23.7%→17.9%)와 송파구(30.7%→27.4%), 서초구(20.6%→20.4%) 등 강남 3구에서도 외지인 매입 비율이 감소했다.

서울은 교육·직장 등 문제로 다른 지역보다 진입 수요가 많아 투자 외에 실거주 목적의 매수도 많다. 하지만 그 역시 줄어드는 모양새다. 서울 아파트를 사려는 심리가 위축된 점도 있지만, 기존 집을 팔지 못해 발이 묶이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사는 직장인 정모(37)씨는 출퇴근 문제로 서울로 이사하기 위해 집을 내놨지만, 4개월째 팔리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정씨는 “11월 중순 이후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아예 없다”고 말했다.

서울 거주자가 서울이 아닌 수도권이나 지방 아파트를 사들인 비율도 지난 10월 4.8%로, 지난해 11월(4.7%)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 상승세가 꺾였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외지인의 ‘집 쇼핑’도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 등 대출 축소에다 고금리 상황이 영향을 줬다.

지난주(지난달 27일 기준)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28주 만에 상승세를 멈추고 보합(0%)을 기록했다. 강남구가 2주 연속 내렸고, 서초·동작구도 하락해 전체 25개 구 중 11곳이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였다.

‘원정 투자’뿐 아니라 전체적인 거래도 감소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신고 건수는 2313건으로, 지난 1월(1412건) 이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월보다 31.5%(1062건) 급감했다. 광진구(-51.3%)와 서대문구(-46.5%), 송파구(-44.6%), 양천구(-40.3%), 서초구(-41.1%) 등에서 전월 대비 거래량이 많이 줄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최근 집값이 많이 올라온 상황에 고금리까지 겹쳐 서울의 외지인 매수세 감소는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며 “다만 서울 집값이 충분히 조정되면 지방 부자들은 자녀 실거주용이나 투자 목적으로 다시 서울 아파트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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