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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터널에 지중해 바닷물 퍼붓나…美에도 알린 '침수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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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군이 지난 2014년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접경 지역에서 취재진들에게 팔레스타인 무장정파들이 이용하는 터널을 공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지난 2014년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접경 지역에서 취재진들에게 팔레스타인 무장정파들이 이용하는 터널을 공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방위군(IDF)이 가자지구 내 촘촘하게 뻗어있는 하마스의 지하 터널을 해수로 침수시켜 무력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지난달 중순 가자지구의 알샤티 난민 캠프에서 북쪽으로 1마일(약 1.6㎞) 떨어진 지역에서 대형 해수 펌프 조립을 마쳤다. 최소 5개의 이 펌프들로 지중해에서 바닷물을 끌어와 시간당 수백만 리터를 하마스 터널 내로 유입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알샤티 난민 캠프는 가자 북부 지역이면서 지중해에 인접한 곳이다.

이스라엘은 이 작전을 같은 달 미국에도 알렸고, 미정부 관계자들 사이에 논쟁을 일으켰다고 한다. 미정부 관계자들은 ”지하를 해수로 채우면 가자지구 내 지하수를 오염시켜 민간인들의 식수 공급을 악화하거나 지반을 약화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는 것이다.

아직 구출되지 못한 인질들이 수몰될 가능성도 있다. 하마스는 최근 휴전 기간 인질을 100명 넘게 석방했지만, 아직 150명 넘는 인원이 남아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하마스 땅굴 ‘가자 지하철(Gaza Metro)’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외신종합]

하마스 땅굴 ‘가자 지하철(Gaza Metro)’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외신종합]

이런 우려 때문에 이미 펌프 조립까지 마친 ‘터널 침수 작전’에 제동이 걸렸을 수 있다. 미정부 관계자는 WSJ에 “이스라엘은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이 선택을 배제하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가자 메트로(Gaza metro)’라고도 부르는 이 터널은 하마스가 무기 전달과 이동 경로 등으로 이용해왔다. 지난달 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하마스는 터널을 활용해 자신들과 인질의 위치를 은폐하고 있다.

하마스에 붙잡혔다 석방된 이스라엘 인질 요체베드리프시츠(85)는 지난달 24일 인터뷰에서 “거대한 네트워크로 된 거미줄 터널”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터널로 들어가 부드럽고 젖은 땅을 몇 킬로미터 걸었다”고 했다.

IDF는 3일 기준 “현재까지 800개의 터널을 발견해 500개를 폐쇄했다”고 밝혔다. 전체 터널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 CNN에 따르면 가자지구 땅 아래 30m 지점에 있는 터널의 총연장은 300마일(약 483㎞)에 이른다. 하마스는 500㎞라고 주장해왔다. 서울 지하철(총연장 350㎞)과 런던 지하철(약 400㎞)보다도 길다.

‘막다른 골목’ 가자 주민들

가자지구 남부 최대 도시 칸 유니스의 주민들이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대피령에 따라 남부 국경 지역인 라파로 이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가자지구 남부 최대 도시 칸 유니스의 주민들이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대피령에 따라 남부 국경 지역인 라파로 이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은 5일 가자 남부 지역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며 하마스와의 결전에 나섰다. WSJ는 “하마스 대원들과의 근접전을 포함해 최근 두 달간 전쟁 중 가장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 뉴욕타임스(NYT) 역시 “지난 10월 시작된 지상전으로 가자 북부를 대부분 점령한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완전한 통제 아래 있던 가자의 마지막 지역인 칸 유니스까지 진격했다”고 전했다. NYT는 “이스라엘은 하마스 고위 관계자들이 이곳으로 대피했다고 믿고 있으며, 남부에서 가장 큰 도시인 이곳이 결정적인 전투가 될 것”이라고 했다.

IDF는 칸 유니스 주민들에겐 “이집트와의 국경에 가까운 라파 지역 등 더 남쪽”으로 가라는 대피령을 내렸다. 반면 국제 구호단체들은 라파 지역의 난민 대피소가 이미 과포화 상태인 데다,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4일 오전 라파까지 공습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가자 주민인 루브나 알레이스는 NYT에 “처음에는 가자시티 주변의 다른 동네로, 두 번째는 칸 유니스로 대피했다”면서 “이제 또 어디로 가란 말이냐”고 답답해했다.

가자지구 남부 최대 도시 칸 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에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부상당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도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가자지구 남부 최대 도시 칸 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에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부상당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도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민간인 피해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해 이스라엘은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하마스 섬멸 작전의 최대 지지자인 미국의 인내심이 바닥나기 전에 신속하게 작전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매체는 이스라엘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군 지휘부가 “정무적 시한(a political clock)”을 의식하고 있다고 했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요아브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하마스의 기반을 모두 제거할 때까지 우리는 그곳(가자)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이스라엘은 민간인 피해도 일정 부분 공개 시인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으로 지금까지 가자지구에서 약 1만 5900명이 사망했다는 하마스 측 발표, 하마스 대원 5000명이 사살됐다는 보도에 대해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는 4일 언론 브리핑에서 “숫자가 어느 정도 맞는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2대 1이라는 (사망자) 비율이 낮지 않다는 게 아니다”면서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쓰는 것이 하마스의 핵심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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