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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한일 경제연합체 에너지만 수백조 포텐셜…美도 좋은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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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미들버그 한 리조트에서 최종현학술원이 개최한 ‘2023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워싱턴 특파원 공동취재단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미들버그 한 리조트에서 최종현학술원이 개최한 ‘2023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워싱턴 특파원 공동취재단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4일(현지시간) ‘한ㆍ일 경제연합체’를 제안하며 “더 멀리 내다보면 한국ㆍ일본ㆍ미국 간 경제연합체의 형성은 인도태평양 경제 협력의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이날 미국 버지니아주 미들버그 한 리조트에서 최종현학술원이 개최한 ‘2023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 개회사를 통해 “한ㆍ일 양국이 안정적이고 투명한 정치 환경, 개방 경제, 지리적 근접성, 인적 교류 증가 등 수많은 긍정적 속성을 공유하고 있는 반면 인구 고령화 및 감소, 북한의 안보 위협이라는 공통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양국) 경제 연합은 타당할 뿐 아니라 양국에 상당한 시너지 효과와 성장 잠재력을 약속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의 시장은 더는 경쟁자가 아니고 상호 보완적”이라며 “(전기차) 배터리와 공급망, 반도체 등 여러 측면에서 서로 보완적 관계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한·일·미 합치면 30조달러 거대 공동체”

최 회장은 특히 “한ㆍ일 경제연합체는 미국에도 좋은 일”이라며 “이를 통해 미국은 한국의 (연간 국내총생산ㆍGDP) 1조7000억 달러, 일본의 5조 달러, 미국의 25조 달러를 합쳐 30조 달러가 넘는 거대한 경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강력한 경제 공동체는 안전하고 탄력적인 공급망 구축의 초석이 될 것이며 미 정부가 지지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및 경제 번영 네트워크(EPN) 전략과도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는 호주ㆍ뉴질랜드ㆍ인도 등 파트너들의 관심을 끌 것이고 잠재적으로는 규칙에 기반한 공정하고 투명한 경제 규칙을 옹호하는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의 연합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제 아이디어는 제가 전적으로 지지하는 IPEF 또는 CPTPP(포괄적ㆍ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와 양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ㆍ일 경제연합체 구축이 동북아 안보 문제 해결의 새로운 접근법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최 회장은 “동북아에서 가장 큰 두 경제 대국의 지역 통합은 북한ㆍ중국ㆍ러시아의 관심을 끌 수 있다”며 “이들은 번성하는 한국과 일본의 통합 경제와 연계함으로써 큰 이점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4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미들버그 한 리조트에서 최종현학술원이 개최한 ‘2023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워싱턴 특파원 공동취재단

4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미들버그 한 리조트에서 최종현학술원이 개최한 ‘2023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워싱턴 특파원 공동취재단

최 회장은 개회사 후 기자들과 만나 “해운ㆍ조선에서부터 철강 등 다 (한ㆍ일 간) 협력이 가능한 분야라고 본다”며 특히 “시너지 효과가 제일 큰 것은 에너지 분야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이유로 “양국 다 큰 에너지 수입국이고 앞으로도 ‘에너지 인텐시브’한(에너지 집약적인) 나라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며 “그 시너지 효과는 1년 (운영)해서 (협력) 프로그램 몇 개만 돌려도 단언컨대 수백 조(원)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포텐셜이 존재한다”고 했다.

최 회장이 이날 ‘한ㆍ일 경제연합체’ 구상을 밝히고 아울러 ‘한ㆍ일ㆍ미 경제연합체’ 가능성까지 타진한 것은 지난달 30일 ‘도쿄포럼 2023’ 특별연설을 통해 “한ㆍ일 경제연합체를 구성해 글로벌 분열 위기 상황을 돌파하자”고 한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구체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일본 도쿄대에서 열린 도쿄포럼에서 “지정학적 갈등과 기후 변화, 디지털 전환 등으로 이제 단일 글로벌 시장의 시대는 지나갔다”며 한ㆍ일 경제연합체 구성을 제안했었다.

“일본 재계도 좋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

최 회장은 국내에서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에 “이제 우리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를 한꺼번에 풀어낼 방법이 별로 없다”며 “뭔가 더 좋은 것을 얻기 위해선 내가 좀 싫은 것을 희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에 좋은 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의 생각도 변하지 않겠느냐. 이것을 제안했다고 하루아침에 이뤄지리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 반응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도쿄포럼에서 (이 구상을 밝혔을 때) 상당히 많은 지지를 얻었다”며 “솔직히 일본도 인정하는 게 지금은 별다른 해법이 없다고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이 방안을 추진해 보는 게 좋다는 것이 일본 재계의 거의 공통된 목소리인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후지사키 이치로 전 주미 일본대사는 최 회장의 제안에 대해 “개인적으로 매우 좋은 생각이라고 본다”며 “지금까지 한ㆍ미ㆍ일 협력 체제에서 가장 약한 고리가 한ㆍ일 관계였는데 윤석열 대통령 덕분에 관계가 강력해지고 있어서 최태원 회장의 제안처럼 경제 관계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SK 인사 앞두곤 “젊은 경영자에 기회 줘야”

최 회장은 오는 7일 예정된 SK그룹 인사 방향과 관련해선 “새로운 경영진에도 또 젊은 경영자한테 기회를 줘야 하는 때가 필요하다. 변화는 항상 있는 것”이라며 세대교체 콘셉트의 쇄신 인사를 예고했다.

부산엑스포 공동유치위원장을 맡았던 최 회장은 엑스포 유치 실패와 관련해 “국민께 실망을 드려 참 죄송하다”며 “열심히는 했지만 저희도 이런 결과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번에 민ㆍ관 합동으로 열심히 뛴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번에는 훨씬 발전된 형태의 민ㆍ관 협동을 할 수 있는 체제가 마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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