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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 2.6배 걷어"vs"예외 안 된다"…경인고속도 무료화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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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해 차량이 경인고속도로 내 인천요금소를 지나고 있다. 부천·김포·시흥 등 인천 인접 도시에서 유입되는 차량 운전자는 무료 통행이 가능하지만, 인천에서 출발하는 이용자는 통행료를 부담해야 해서 인천에선 통행료 폐지를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지난해 차량이 경인고속도로 내 인천요금소를 지나고 있다. 부천·김포·시흥 등 인천 인접 도시에서 유입되는 차량 운전자는 무료 통행이 가능하지만, 인천에서 출발하는 이용자는 통행료를 부담해야 해서 인천에선 통행료 폐지를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인천 서구와 서울 양천구를 잇는 경인고속도로 13.4㎞ 구간에 대한 통행료(일반 승용차 기준 900원) 무료화 논의가 재점화하고 있다. 인천시는 3월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경인고속도로 무료화를 국토교통부 등에 건의하고 있다. 인천시의회와 부평구의회도 9월 무료화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무료화 요구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인천시가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를 주장하는 건 그간의 통행료 수익이 이미 건설유지비를 한참 넘어섰기 때문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까지 경인고속도로 통행료로 총 8050억원을 벌어들였다. 투자금(3010억원) 대비 회수율이 267.4%로 전국 1위다. “통행료 총액이 건설유지비와 공익 목적 비용을 합산한 금액을 초과할 수 없다”는 유료도로법(16조)에 따라 더 이상 통행료를 걷어선 안 된다는 게 인천시의 주장이다.

인천시는 경인고속도로가 사실상 고속도로 기능을 잃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1968년 설립된 경인고속도로는 2020년대 들어 일평균 통행량(약 18만대)이 도로용량(일 16만 8000대)을 넘어서면서 도로 전체가 상습 정체 구간이 됐다. 서비스 수준(LOS)도 최하위인 F등급으로 떨어졌다. 2017년엔 용현동~서인천 나들목 10.5㎞ 구간이 일반도로(인천대로)로 전환됐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 기점에서 서울로 갈 땐 통행료를 내지만 부천에서 서울로 가는 구간은 무료라 형평성에 어긋나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경인고속도로는 초창기 23.9㎞ 중 10㎞가량이 2017년에 일반도로(인천대로)로 바뀌면서 13.4㎞로 축소됐다. 출퇴근 시간대 시속 30㎞로 서행할 정도로 정체가 심해 고속도로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인천시는 주장한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경인고속도로는 초창기 23.9㎞ 중 10㎞가량이 2017년에 일반도로(인천대로)로 바뀌면서 13.4㎞로 축소됐다. 출퇴근 시간대 시속 30㎞로 서행할 정도로 정체가 심해 고속도로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인천시는 주장한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반면에 한국도로공사는 여러 유료도로를 하나의 유료도로로 간주해 통행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통합채산제’(유료도로법 18조)에 따라 통행료를 계속 걷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33개 고속도로의 통행료 회수액은 34.7조원으로 투자금(107.4조원)의 32.3%다. 2014년 헌법재판소가 통합채산제 조항에 합헌 결정을 내린 만큼 현행 요금 부과방식에 문제가 없다는 게 도로공사의 주장이다.

도로공사는 특히 노선별로 요금을 산정하면 교통량이 적은 노선과 신규 노선의 통행료 부담이 높아지면서 지역 간 요금 불균형이 발생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한국 고속도로는 개통이익을 먼저 누린 선발 노선의 통행료로 적자 노선과 후발 노선을 보조하고 있다”며 “건설과 유지관리에 필요한 재원 조달을 위해서라도 통합채산제로 요금을 결정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경인고속도로에 예외를 허용하면 전국적으로 무료화 요구가 빗발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통행료 회수율이 지난해 기준 259.8%(전국 2위)에 도달한 울산고속도로가 대표적이다. 울산에선 2000년대부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고속도로 무료화 주장이 나온데 이어, 2017년에는 울산시의회가 ‘울산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촉구 결의안’을 채택한 적이 있다. “KTX 울산역 개통으로 고속도로가 사실상 도심 일반도로와 같아졌다”는 논리도 인천과 닮은 꼴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만큼 관련 법 개정안도 잠들어 있다. 건설유지비 총액의 200%를 초과할 경우 통합채산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유료도로법 개정안(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이 2020년 발의 후 3년째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결론 도출이 어려운 만큼 일단 운영주체가 서비스 상승을 위한 노력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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