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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 이하 학급 없어질 듯…작아지는 학교, 학년까지 통합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4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하는 모습. 뉴스1

지난 4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하는 모습. 뉴스1

학생 수가 급감하는 가운데, 교육청들이 내년도 학교 학급 수 감축 방침을 내놓고 있다. 학생 감소에 교원 신규 채용까지 줄면서 학급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학급 당 학생 수가 늘면서 학습권이 침해되고 교사 업무도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학년 붙이고, 교사 줄이고…학급 편성에 골머리

4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내년도 학급 편성 계획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11개 교육지원청에 송부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공문과 함께 신규 교원 채용 급감 등 달라진 교육 환경에 대한 안내를 함께 내보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사실상 학급 통합, 감축을 하라는 방침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학급 당 학생이 20명 이하인 곳이 학급 감축 대상으로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A초등학교 1학년 학생은 97명인데, 5개 학급으로 편성돼 학급 당 학생 수가 19.4명이다. 이를 4개 학급으로 줄여도 학급 당 학생 수는 24.3명으로 배치 기준(25명)을 초과하지 않는다. 한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모든 학급을 무작정 줄이겠다는 게 아니다. 학교마다 인원이 급감한 학년이 한둘 있는데, 이런 학급을 부분적으로 통합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법은 다르지만 학급 감축 방침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달 초등 150여 학급, 중학교 141학급, 고등학교 62학급을 줄이겠다고 예고했다. 충남도교육청은 지난 9월 중·고교 현장에 “6학급 이상 학교는 일률적으로 교사 1명을 감축하라”고 알렸다. 울산시교육청은 지난달 중기 학생배치계획을 통해 학급뿐만 아니라 학년까지 통합하는 ‘복식학급(2개 학년 학생수 합이 8명 이하)’ 운영 방침을 발표했다. 올해 4곳이었던 복식학급 운영 학교가 6곳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교사 업무 부담 증가, 학습권 침해 우려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학급 감축은 학생 수 감소와 교원 감축에 따라 예고된 일이다. 2017년생인 내년 초등 1학년 학생 수는 사상 처음으로 40만명 이하가 될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40만6243명인 출생아 수는 2017년 35만7771명으로 5만명 가까이 감소했다.

정부는 학생 수 감소에 맞춰 교사 수도 대폭 줄일 계획이다. 교육부의 ‘중장기(2024~2027) 교원수급계획’에 따르면 2027년까지 초·중·고교 교사 신규 채용 규모를 올해보다 최대 2359명(28%) 줄인다.

하지만 학급 감축으로 교사 1명이 담당할 학생 수가 늘어나는 문제도 있다. 서울의 한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 입장에서 학급 수는 교원 수와 동일하다. 학급을 줄이더라도 업무는 줄지 않기 때문에 현 교원 수를 유지하려고 하는 학교와 교육청 사이에 묘한 갈등 관계가 생긴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초등교사는 “학급 당 학생 수가 40~50명에 달하던 시절보다는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그때보다 교실을 통제하기는 훨씬 어려워졌다. 학생 한두 명만 늘어도 부담은 배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복식학급이 운영되는 울산 두서초, 소호분교, 장생포초 학부모들은 작은학교살리기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복식학급 제도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30일 시교육청 앞 복식학급 폐지 집회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복식학급에 편성된 아이들은 2개 학년이 같은 학급에서 수업을 받게 되는데 이는 학생 개인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시적 부작용”이라지만…학생 관리 어떡하나

 전희영 전국교직원노조 위원장이 지난 4월2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중장기 교원수급계획 규탄 기자회견에서 교사 정원 확보를 촉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희영 전국교직원노조 위원장이 지난 4월2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중장기 교원수급계획 규탄 기자회견에서 교사 정원 확보를 촉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계에서는 당분간은 부작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광현 부산교대 교수는 “시뮬레이션에 따라서는 교사 수를 더 줄어야 한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며 “저출산 시국에서 일시적인 부작용이 있다고 교사 감축을 미룰 순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내년까지 정원외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는 등 현장 충격을 완화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교육청들은 내년 교부금이 줄면서 채용 규모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 지역 교육청 관계자는 “우리도 학교가 원하는만큼 교사 정원을 주고 싶지만 당장은 교부금이 줄면서 다른 살림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교육부는 학생의 관심과 진로에 따른 개별화 교육을 지향하고 있고, 기초학력 보장, 디지털교육, 학교폭력 등 위기 학생 대응부터 안전한 교실까지 요구하고 있다”며 “전국 초‧중‧고 학급 중 75%가 과밀학급인 상황에서 이런 비전이 실현될 수 있는지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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