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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창규의 시선

문제는 부동산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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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창규 기자 중앙일보 콘텐트제작에디터
김창규 경제에디터

김창규 경제에디터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몰아닥칠 조짐이다. 우선 집값 하락세가 완연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넷째 주(11월 27일 기준)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1% 하락했다. 이로써 전국 집값 상승세는 23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값도 28주 만에 상승세를 멈췄다. 11월 셋째 주 강남이 하락 전환한 데 이어 넷째 주에는 서초까지 내렸기 때문이다. ‘강남불패’는 옛말이 됐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일부 사례이기는 하지만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는 6개월 만에 거래가가 11억원이 떨어지기도 했으며 서초구의 아파트는 넉 달 사이 7억원 내리기도 했다. 서울 집값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강남이 흔들리면서 당분간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집값 하락세 부동산 시장 찬바람
부동산 투자 2030 소비여력 없어
경기침체 가속 악순환 가능성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은 꼬리를 감추고 있는데 팔겠다는 사람은 줄을 서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7만8000여건으로 1년 전보다 45%가량 늘었다. 하지만 거래는 오히려 줄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10월 기준)는 2300여건으로 지난 8월보다 40%가량 급감했다. 경매시장도 마찬가지다. 경매에 나온 아파트는 크게 늘고 있는데 유찰이 반복되며 매물이 쌓이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38건으로 7년 5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하지만 낙찰률은 26.5%로 전달(31.5%)보다 5%포인트 하락했다.

부동산 시장은 ‘악재투성이’이다. 금리는 떨어질 줄 모른다. 당분간 고공 행진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주택담보대출 금리(10월 신규 취급액 기준)는 5개월째 오르며 8개월 만에 최고치에 이르렀다. 주담대 금리는 4.56%로 전달보다 0.21%포인트 올랐다. 이는 2020년 2.50%와 비교하면 거의 두 배 수준이다. 같은 기간 주담대를 포함한 가계대출 금리는 2.75%에서 5.04%로 훌쩍 뛰었다. 물건이 안 팔리니 이를 생산하는 건설업체는 부실의 늪에 빠지고 있다. 국내 건설사 5곳 중 1곳(18.7%)이 3년째 번 돈으로 빌린 돈의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2022년 기준)이다. 올 들어 500여곳의 종합공사업체가 문을 닫았다. 2022년 362건, 2021년 305건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런데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섣불리 경기 부양하다가 부동산 가격만 올릴 수도 있고 중장기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등 주요국에서 내년 상반기 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데 대해서도 “각국 중앙은행 총재를 만나 이야기해 보면 확실히 시장이 앞서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어찌 됐든 “당분간 금리 인하는 없다”는 분위기다. 높은 이자는 빚 내서 집을 산 사람에겐 큰 부담이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어서 세계 4위권이다. 세계 평균이 60%대인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으로 높다. 올 3분기 가계신용(가계대출+카드빚)은 1875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대출 1759조1000억원 가운데 주담대가 1049조1000억원이다. 이 또한 역대 최대다. 가계대출은 2020년보다 125조5000억원 늘어난 반면 주담대는 136조9000억원이나 뛰었다. 주담대가 가계 빚을 끌어올리고 있다.

문제는 최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 2030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올해 3분기 전국 아파트 매매 건수(11만3166건)의 32.1%(3만6308건)를 30대 이하가 사들였다. 올해 30대 이하의 1인당 가계대출금(2분기 기준)은 약 7900만원으로 4년 전(6200만원)보다 27% 늘었다. 같은 기간 40~50대가 9%(900만원)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데다 집값까지 약세를 보이며 이들에게 시련의 겨울이 찾아왔다. 손해 보지 않고 집을 팔자니 사려는 사람이 없고,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이자를 내면서 버티자니 생활이 고달파진다.

결국 버티기를 선택하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2030은 핵심 소비층이다. 이들의 소비가 줄어들면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식어가는 소비 심리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된다. 소비 심리 위축은 경기 침체를 더욱 가속화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한다.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7.2로 넉 달 연속 하락세다.

정부가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가계부채 증가세는 멈추지 않는다. 안정적인 주거 지원 없이 ‘빚내서 집 사라’는 신호만 시장에 준다면 꼬인 매듭을 풀기 어렵다. 부동산에 묶여 있는 2030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는 긴 겨울을 맞이해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