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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재판지연 문제 심각…사형제·국보법 폐지 일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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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대표, 홍 원내대표, 고민정 최고위원. 김성룡 기자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대표, 홍 원내대표, 고민정 최고위원. 김성룡 기자

조희대(66·사법연수원 13기) 대법원장 후보자가 사형제와 관련해 “잔혹한 범죄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고, 여론도 존치를 바란다”며 “현 단계에서 폐지는 이른 감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는 5~6일 이틀간 진행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한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대법원장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장직 사퇴를 국민의힘이 4일 수용하면서 예정대로 열리게 됐다.

조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특위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사형제와 관련해 “극히 잔혹하면서도 반인륜적인 범죄가 여전히 발생하고, 국민의 법 감정이나 사형제도가 가지는 응보형으로서 상징성도 쉽게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70% 가까운 국민이 사형제도 존치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폐지는 이를 대체할 만한 종신형 제도 등의 도입을 전제로 국민 의견수렴을 거쳐 신중히 결정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서도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 조 후보자는 “남북이 대치하는 현실, 국가 안보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국가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등 헌법 질서를 수호하는 데 필요한 핵심 내용을 모두 폐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오·남용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적용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조희대

조희대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로는 재판 지연을 꼽았다. 조 후보자는 “재판 지연 현상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고, 저 역시 매우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근본적으로는 사건의 난도가 증가하고 재판의 충실성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는데, 법관 수가 충분치 않은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판사 정원을 370명 늘리는 내용의 ‘판사 정원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에 올라가 있지만, 여야의 무관심으로 방치돼 있다. 법관 정원은 2014년 3214명이 된 이후 그대로다.

민주당이 2021년 추진한 판사 탄핵과 관련해 조 후보자는 “무분별한 탄핵은 법관 독립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법관 개인에 대한 ‘신상털기’식 공격에 대해선 “특정한 이념이나 이해관계에 기초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사회 일각의 분위기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법관의 소셜미디어(SNS) 사용에는 비판적 입장을 나타냈다.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실형을 선고한 박병곤 서울중앙지법 판사가 지난해 3월 대선 직후 SNS에 정파적으로 보일 수 있는 글을 남긴 것과 관련한 답변에서다. 그는 “법관이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놓이거나 향후 공정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를 야기할 수 있는 외관을 만들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답했다.

앞서 이날 오전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에 “법사위를 연일 파행시키는 김도읍 위원장의 사퇴 없이 대법원장 인사청문회·법사위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오늘(4일) 오후 3시까지 새 위원장을 제안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국민의힘은 김 위원장 대신 주호영 의원으로 인사청문특위 위원을 사보임했다. 지난 9월 말부터 이어진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여당에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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