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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학하며 장애인 삶 공감…그들 돕는 것에 행복 느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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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주언 변호사

이주언 변호사

장애인·아동·난민 등 소수자의 인권문제를 다루는 변호사도 소수다. 변호사 3만 명 시대에 공익변호사는 100여 명이다. 이주언 변호사(사단법인 두루·사법연수원 41기)는 그중에서도 소수다. 서울·경기가 아닌 지역에서 활동하는 공익변호사는 한 자릿수다.

서울 한복판에 있던 두루 사무실을 8년 가까이 오가다 지난해 부산으로 내려간 이 변호사를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만났다. 이날 이 변호사는 부산진구 양정동 삶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찾아 학대사건 피해자인 지적장애인 여성 의뢰인과 상담을 하고 있었다. 그는 4일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는 법조공익모임 나우(이사장 홍기태)가 선정하는 공익변호사 대상을 받았다.

일반 로펌에 가는 변호사가 다수다.
“연수원을 마치고 경험을 쌓으려 3년 정도 로펌에서 일했다. 월급 많이 받아 부모님 생활비도 드리고 장점이 많았지만, 맞지 않는 옷 같았다. 이왕이면 더 돕고 싶은 사람을 도우며, 더 유연하게 일을 하고 싶었다. 로펌에서는 송무·자문 틀 안에서 전형적인 활동을 하지만, 공익변호사는 보다 다양한 활동을 한다. 입법을 추진하고 인권위에 진정을 넣거나 유엔에 가고 기자회견도 한다. 부모님은 보다 안정적으로 살길 바랐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여러 소수자 중에서 장애인 인권 문제에 힘쓰게 된 계기는.
“대학교 1학년 때 야학 활동을 하러 간 곳이 장애인 거주 시설이었다. 그들의 삶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장애인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고, 체험학습 식으로 함께 외출하면서 어떤 점이 어려운지 깨달았다. 뇌병변 장애가 심해 글자판에 빨대를 찍어 소통하는 학생이 있었는데, 어느 날 저에게 e메일을 보내 ‘야 너 나랑 동갑인데 친구 하자’고 해 지금까지 친구로 지내고 있다. 이 친구를 비롯해 대부분 다 시설에서 나와 자립했는데, 그런 과정을 보며 어떻게 하면 다른 삶이 가능할지, 그러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할지 등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됐다.”
기억에 남는 사건은.
“시각·청각 장애인을 대리해 영화관을 상대로 한 기획소송을 진행해 1심 전부승소, 2심 일부승소한 후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사건이 있다. 편의점, 카페, 호텔을 상대로 공중이용시설 접근권을 보장하라는 소송을 내기도 했다. 관련 법은 그럴싸하게 있는데 실제로는 시행령에서 빠져나갈 수 있게 돼 있다. 100평 이하 편의점은 적용 예외란 식인데, 100평이 넘는 편의점은 국내에 한 군데다. 카페와 호텔은 화해 권고 결정으로 정리돼 이행하는 방향으로 개선됐고, 편의점 상대로는 승소판결을 받아 확정됐다. 이런 잘못된 시행령을 만들어 25년 이상 장애인 권리를 침해해 온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은 진행 중이다.”
앞으로의 포부는.
“지역에서 공익활동을 같이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하고 싶다. 공익법 생태계를 만들어 동료 전업 공익변호사를 만들어 내고, 또 일반 활동하면서도 공익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분을 찾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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