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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끝난 부동산PF 불안…저축은행 5개사 연체율 1년새 3배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저축은행 상위 5개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이 1년간 약 3배로 높아졌다.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경기 부진 여파로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저축은행 관련 사진. 연합뉴스

저축은행 관련 사진. 연합뉴스

4일 저축은행 상위 5개사(SBI·OK·웰컴·페퍼·한국투자)의 경영공시에 따르면 이들 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9월 말 기준 6.92%다. 지난해 동기(2.4%)보다 4.52%포인트 높아지면서 7% 턱밑을 찍었다. 직전 분기인 지난 2분기 말(5.08%)과 비교해서 1.84%포인트 올랐다.

레고랜드 사태로 한차례 위기를 겪었던 부동산 PF 시장은 최근까지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지난해에는 금리 인상 여파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면, 최근에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건설 자재 가격 오름세가 문제다. 부동산 PF 사업의 원가라고 할 수 있는 건설 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사업성이 과거보다 떨어졌고, 이 여파로 사업 진행이 늦춰지거나 무산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수요가 약한 지방·비주택 중심으로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리스크가 확대하고 있다.

실제 금융당국과 저축은행업계는 지난 9∼10월 1000억원대 PF 정상화 지원 펀드를 조성해 연체채권을 매각하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사업장들의 사업성 하락에 본 PF로 넘어가지 못하고 브릿지론 단계의 부실채권(NPL) 매각에만 자금이 주로 쓰이고 있다.

부동산 PF 불안이 길어지면, 사업성 낮은 사업장에 주로 돈을 빌려준 제2금융권과 증권사들 중심으로 부실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실제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다올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내렸다. 하이투자증권도 ‘A+(긍정적)’에서 ‘A+(안정적)’로 한 단계 내렸다. 부동산 PF 시장 침체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저축은행 연체율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저축은행중앙회]

저축은행 연체율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저축은행중앙회]

특히 저축은행업권은 부동산 PF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건전성이 악화하는 추세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사의 올해 3분기 연체율은 6.15%를 기록했다. 이전 분기보다 0.82%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5.76%→7.09%)과 가계대출(5.12%→5.4%) 연체율이 모두 높아졌다. 지난해 말 고금리 특판상품 판매 등으로 이자 비용이 이자 수익보다 가파르게 늘어난 점도 저축은행업에는 부담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체율이 계속 높아지거나, 위험하다는 인식이 시장에 퍼지면 예금을 인출하는 등 금융시장에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건전성 지표를 관리하려는 저축은행들이 저신용자 대출을 줄일 여지도 있다”고 했다.

다만 저축은행업계는 부동산 PF 리스크 확대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아직까지 관리할 만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리스크 관리 강화의 필요성이 커지는 등 영업 여건은 단기적으로 개선되기 어렵다”면서도 “대손충당금 등 손실 흡수 능력이 충분해 경영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 저축은행업권의 연체 채권 관리 실태 등을 현장 점검할 예정이다. 지난달 ‘하반기 은행·중소서민 부문 주요 현안’ 기자설명회에서 “정밀 모니터링을 통해 건전성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필요한 대응조치를 신속하게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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