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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軍, 자국 민간인 총살…"하마스 무장대원으로 오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1월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람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해 3명이 숨진 사건 현장. 신화통신=연합뉴스

지난 11월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람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해 3명이 숨진 사건 현장. 신화통신=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자국 민간인을 하마스 무장 대원으로 오인 후 사격해 사망하게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예루살렘에서 하마스 무장 대원들이 출근길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총격 테러를 벌이자 이스라엘 민간인이 이에 맞서 총기로 대항하던 중 이런 일이 발생했다.

3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예루살렘 외곽 한 버스정류장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장 대원들이 총기를 난사하자 변호사인 유발 도론 캐슬먼(38)이 자신의 권총으로 이들에게 반격하다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사살됐다.

소셜미디어 영상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하마스 무장 대원들은 버스정류장에 차를 세우고 내려서 시민들에게 총기를 난사했다. 무장 대원들이 총을 쏘고 차에 다시 탑승하는 것을 본 캐슬먼은 권총으로 그들에게 몇 차례 사격을 가했다.

그사이 무장 대원들이 탄 차량 반대편에서 군복 차림의 군인도 사격을 시작했다. 그러자 캐슬먼은 자신이 군인에게 무장 대원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생각에 권총을 멀리 던지고 무릎을 꿇은 뒤 윗옷을 풀어헤쳤다. "자살폭탄 조끼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리고는 양손을 올려 '항복' 표시를 했으나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당국에 따르면 이날 하마스 무장 대원들의 총격으로 이스라엘 민간인 3명이 숨졌다. 캐슬먼은 다른 군인 1명과 함께 하마스 무장 대원 3명을 사살했다.

캐슬먼의 아버지 모셰는 이스라엘군 라디오에 "아들은 자신의 신원이 제대로 확인되도록 모든 조치를 취했다"며 "그리고 그들은 캐슬먼에게 계속 총을 쐈다"고 분노했다.

이스라엘군은 사건 직후 "캐슬먼의 사망에 대해 조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결국 이스라엘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군도 공동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초기 수사 결과 군인 1명이 캐슬먼을 총기 난사를 벌인 무장 대원으로 오인, 사격했다"고 발표했다. 군도 3일 성명을 내 "캐슬먼의 사망을 애도하고 그에게 총을 쏜 군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월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람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해 3명이 숨진 사건 현장. 신화통신=연합뉴스

지난 11월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람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해 3명이 숨진 사건 현장. 신화통신=연합뉴스

이와 함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당초 지난 2일 이번 사건을 놓고 "무장한 민간인의 존재 덕분에 (우리는) 가까스로 여러 차례 성공, 더 큰 재앙을 막아냈다"며 "우리는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 그게 인생이다"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비난이 쏟아지자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캐슬먼을 '이스라엘의 영웅'이라고 칭하고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 또 캐슬먼의 아버지 모셰와 통화해 애도의 뜻을 전했다.

야당 지도자로 전시 내각에 참여한 베니 간츠 전 국방장관은 "이 사건은 '인생'이 아니고 경고 신호"라며 "캐슬먼의 사망과 관련해 총기 사용과 관련 규제가 타당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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