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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협상 왜 '너'만 늘 망치는지 아니? 와튼스쿨 교수 '매직워드'

중앙일보

입력

조나 버거 와튼스쿨 교수는 '말의 달인'이다. 사진 문학동네 제공

조나 버거 와튼스쿨 교수는 '말의 달인'이다. 사진 문학동네 제공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다지만,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질 수도 있다. 말은 어렵다. 언어 구사력은 연봉 협상부터 소셜미디어의 '좋아요' 숫자, 소개팅 성공 여부 등에서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왜 같은 의미의 말을 해도 누구는 더 많은 연봉과 '좋아요'를 받는 걸까. 세계 최고 수준 경영대학원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의 조나 버거 교수가 파고든 질문이다. 그가 찾아낸 답은 최근 번역된 『매직 워드』(문학동네)에 담겼다. 그는 25만 건이 넘는 신문 기사와 노래 가사, 쇼핑몰 리뷰 등을 데이터로 만들어 계량화한 뒤, 잘 읽히거나 영향력이 큰 말과 글의 공통점을 추출했다. 기존의 '달변가가 되는 법' 등의 자기계발서와 이 책이 차별화하는 지점이 이런 실증적 접근법이다.

버거 교수는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매일 말을 하고 글을 쓰고 사는 우리가 정작 언어에 대한 심도 있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이상했다"며 "10년 넘게 데이터를 모아 일종의 '코딩' 작업을 해봤더니, 말을 살짝만 달리해도 마법 같은 효과가 나타났음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같은 뜻의 말이어도 다른 방식으로 하면 그 효과가 배가 될 수도 반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말하기 전문가'인 그는 답변도 이메일이 아닌 녹음 파일로 보내왔다.

먼저 질문 하나. 다음 두 문장 중에서 더 큰 효과를 발휘하는 건 뭘까.
1) 투표합시다. 2) 투표자가 됩시다.

정답은 2)다. 왜일까. 버거 교수는 '정체성(identity)'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그는 "우리는 모두 스마트하고 올바른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며 "그런 사람이 되는 행동인 '투표하다'를 쓰는 것보다, 그런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표현하는 '투표자'라는 단어를 쓰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투표자가 됩시다(Be a voter)'라는 문구를 쓴 결과 투표율이 15% 증가한 (미국) 선거 결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에게 "방 정리를 도와주렴"이라고 하지 않고 "방 정리를 도와주는 사람이 되어주렴"이라고 하면 효과가 더 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한다. 상대방에게 어떤 행동을 하라고 촉구하면 잔소리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너는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되지 않겠니'라고 하면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는 의미다.

말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달변가인 조나 버거 교수는 빅데이터로 비밀을 찾으려 했다. 사진 문학동네 제공

말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달변가인 조나 버거 교수는 빅데이터로 비밀을 찾으려 했다. 사진 문학동네 제공

“말, 조금만 바꿔도 인생 달라진다” 

'매직 워드'도 번역이 될까. 주어 없이도 문장이 되고, 동사보다는 명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한국어 문화권에서도 버거 교수의 접근법이 통할지 물었다. 그는 "언어와 문화엔 차이만 있는 게 아니라 유사성도 있다"며 몇 가지 예를 들었다. 말문이 막힐 때는 "음" "어"라는 말 대신 차라리 침묵을 지키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거나, 소셜미디어나 광고 문구에 '당신(you)'이라는 말을 넣어 독자 또는 시청자에게 지칭 효과를 주는 게 좋다는 설명이다. 그는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을 조금만 바꿔도 인생의 영역에서 성취해낼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며 "이는 세계 문화권 공통"이라고 강조했다.

새해 결심을 슬슬 정할 때가 온다. 작심삼일을 피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새해 결심을 세우는 게 좋을지 물었다. 버거 교수는 "새해 결심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며 다음과 같은 접근법을 제시했다. 운동하는 게 목표인 경우, 그 결심을 지키지 못했다면 자주 하는 말이 "운동할 시간이 없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을 살짝 뒤틀어보자는 게 버거 교수의 조언이다. "운동할 시간을 만들지 못했어"라는 식이다. "운동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은 "하지 못했다(can't)"의 영역이지만, "운동할 시간을 만들지 못했어"는 "하지 않았다(don't)"의 뜻을 내포한다. 그 "하지 않았다"의 주체는 화자 자신이다. 그렇기에 화자 자신의 주체성과, '운동하는 사람이 되자'는 정체성으로 이어져 보다 더 새해 결심을 지키는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버거 교수는 "달변가나 글을 잘 쓰는 사람은 타고나야만 되는 게 아니다"라며 "매일 사용하는 언어를 조금만 바꿔도, 우리는 원하는 바를 더 많이, 빨리 이룰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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