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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고금리 시대에 민생경제 살리기 절박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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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여의도 정가는 요즘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의 활동을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당 지도부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윤핵관’의 희생, 공천이 당선인 ‘낙동강 하류 세력’ 교체, 청년세대 포용 등을 제안했는데 손에 잡히는 성과는 잘 안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기성 정치인과 다른 인 위원장의 직설적 화법이 시원하다는 반응을 들었다. 불통 이미지가 강했던 여당이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로 망연자실한 상황에서 그나마 한 줄기 희망을 봤다는 평가도 있다.

그렇다고 여당이 야당보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유리할 거라고 단정 짓기는 아직 이르다. 옛말에 ‘광(쌀독)에서 인심 난다’고 했다.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 성적표가 너무 초라하다. 1% 경제성장률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고 한계기업이 3900여 곳이나 된다. 한계기업은 3년간 사업을 해서 번 돈으로 대출한 원금은커녕 이자도 지불하지 못하는 ‘좀비기업’을 말한다. 이들 기업은 그동안 저금리 대출과 은행의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 덕분에 근근이 버텨왔다.

금리 폭등해 서민들 원리금 고통
금융권 예대마진 축소 전력해야
혁신적 인사로 정책 변화 모색을

치솟은 금리에 억눌린 사람들. [일러스트=김지윤]

치솟은 금리에 억눌린 사람들. [일러스트=김지윤]

당시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고 원리금 상환을 수차례 유예해 줬다. 또한 금리가 낮은 대출 상품도 많이 출시됐다. 이로 인해 많은 한계기업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은행에서 제공한 3%대의 값싼 이자 덕분에 연명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엔데믹화와 함께 2021년 7월부터 기준금리가 0.5%에서 점차 오르더니 지난 2월 이후 3.5%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금리가 뛰면서 더 이상의 원리금 상환유예가 어려워졌고, 덩달아 시장금리도 폭등했다. 기준금리가 3.5%까지 뛰는 동안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더 많이 올랐다. 개인의 신용도에 따라 다르지만 2021년 11월 2% 후반이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7% 선까지 올랐다. 대출금 이자가 예전보다 두 배 이상 월급통장에서 매월 빠져나가자 고통을 호소하는 서민이 부지기수다.

시중 은행들이 서민의 희생으로 배를 불린다는 원성이 커지자 고위 금융당국자가 “3분기 영업이익을 비교하면 은행권 전체 이익이 삼성전자·LG전자·현대차를 합친 것보다 크다”고 뒤늦게 은행권을 직격했다. 급기야 대통령 입에서 ‘은행 종노릇’이란 말까지 나온 직후 일부 은행이 부랴부랴 상생 금융 대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이 예대마진을 줄이도록 제대로 지도·감독하는 것이 근본적 해법 아니겠나.

현 정부 경제팀이 물가 잡는다고 금리 인상에 치중하면서 부작용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경제팀 멤버 대부분은 미국 유학파 금융 전문가들이지만, 한국의 경제 정책은 이웃 나라 일본·중국의 정책까지 두루 고려해야 마땅하다. 일본은 수년째 기준금리를 -0.1%로 동결해 기업들이 엔저 덕분에 영업이익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다. 중국은 기준금리를 3.85%에서 3.45%로 인하했다.

일본 히토쓰바시대 아오시마 야이치(靑島矢一) 교수는 최근 방한 특강에서 “아베노믹스에 따라 정부가 돈을 풀어 엔저를 유도한 덕분에 수출 산업이 크게 성장했다. 경영 이익이 증가함에 따라 기업의 사내 유보금이 500조엔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한국 금융당국도 ‘원저’(원화 약세)를 유도했어야 옳다고 본다. 이를 통해 수출의 가격경쟁력을 유지해 중소기업들에도 회생의 기회를 열어 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경제팀은 미국의 금융정책만 쫓아가다 실기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국경제의 글로벌 경쟁상대는 미국이 아니라 일본과 중국이다. 이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여건과 기반을 갖춰야 했는데도 현 경제팀의 시선은 여전히 미국의 꽁무니만 쫓고 있는 듯해 답답하다.

대통령실과 내각에서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물갈이 인사가 시작됐다. 정책실장 자리도 부활했다. 하지만 민생 경제를 살리지 못한 경제 수장들이 또다시 국회로, 행정부로,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긴다는 소식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금 윤석열 2기를 구성하기 위해 여러 인재를 찾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차기 내각에는 젊고 참신한 인재는 물론 야당에까지 문호를 대폭 넓히면 좋겠다. 혁신적 인재 등용으로 정책 변화를 모색해 고금리 시대에 힘겨운 민생 경제부터 살리길 바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