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상암 축구장 뜬 수녀 28명…갑작스런 댄스에 6만명 열광, 무슨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안녕, 여러분! 오늘 내 얘기 잘 들어봐~ 오늘 참 럭키 럭키 데이, 길을 가는데 까만 리무진 탄 사모님이 날 부르더라~"

지난 10월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서 뮤지컬 '렌트' 배우들이 공연하는 모습. 사진 신시컴퍼니

지난 10월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서 뮤지컬 '렌트' 배우들이 공연하는 모습. 사진 신시컴퍼니

또랑또랑한 고음이 라이브플라자에 울려퍼지자 행인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뮤지컬 배우 김호영이 뮤지컬 '렌트'의 넘버를 부르며 나타난 것이다.
맞은 편에서는 가수 조권이 다음 소절을 이어 부르며 등장했고 둘은 사람들 사이를 휘저으며 함께 '투데이 포유'를 불렀다. 노래가 끝나자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함성이 터졌다. 지난 10월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서 열린 뮤지컬 '렌트' 락 콘서트 이야기다.

뮤지컬 마케팅이 진화하고 있다. 뮤지컬 팬이 아니라도 누구든 볼 수 있도록 쇼핑몰에서 깜짝 콘서트를 열기도 하고, 2030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작품 속 세계처럼 꾸민 팝업 스토어를 열어 시선을 끌기도 한다. 뮤지컬 골수팬이 아닌 일반인에게 노출을 늘려 관객 확보는 물론, 뮤지컬 시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콘서트에 출연하는 배우들. 내년 7월 정식 공연을 앞두고 콘서트를 통해 일부 넘버를 먼저 공개했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콘서트에 출연하는 배우들. 내년 7월 정식 공연을 앞두고 콘서트를 통해 일부 넘버를 먼저 공개했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도 지난 2일과 3일 이틀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주인공 오스칼 역의 옥주현과 김지우 등 배우들이 주요 넘버를 선보이고 일부 장면을 연기했다.
원래 '베르사유의 장미'는 올해 말 개막할 예정이었으나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내년 7월로 개막을 미뤘다. 대신 이틀 간 콘서트를 열었는데, 콘서트 티켓을 산 관객은 내년 개막할 뮤지컬을 다른 관객보다 먼저 예매할 수 있는 특전을 줬다. 스타들이 등장하는 '맛보기' 공연과 본 공연 선예매 혜택 등으로 뮤지컬 팬의 관심을 붙들어 두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마리 퀴리'는 지난달 3일부터 열흘간 서울 성수동에 마리 퀴리 생가를 재현하고 라듐의 방과 마리 퀴리의 실험실로 팬들을 초대했다.
방문객들은 실험실을 배경으로 과학자가 돼 라듐을 발견한 순간을 재연하며 인증샷을 남겼다. 팝업 스토어의 하이라이트인 라듐의 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두꺼운 벽장을 밀어내고 숨겨진 문을 찾아내도록 해 재미를 더했다. 방문객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업로드를 유도해 자연스레 입소문이 나도록 한 전략이다.

지난달 서울 성동구에 문을 연 마리퀴리 팝업스토어. 마리퀴리의 실험실 등을 관객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 라이브

지난달 서울 성동구에 문을 연 마리퀴리 팝업스토어. 마리퀴리의 실험실 등을 관객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 라이브

눈길을 끌기 위해 뮤지컬 배우들이 축구장에 뛰어들기도 한다. 지난달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대한민국과 싱가포르의 경기에서는 전반전이 끝난 뒤 그라운드에 수녀 28명이 나타나 역동적인 춤과 노래를 선보였다. 광활한 운동장 위에 선 뮤지컬 '시스터 액트'의 배우들이 뿜어내는 에너지에 6만 명의 축구 팬이 열광했다.

 지난달 16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전 하프타임 중 뮤지컬 ‘시스터 액트’ 배우들이 깜짝 등장해 짧은 공연을 선보였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지난달 16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전 하프타임 중 뮤지컬 ‘시스터 액트’ 배우들이 깜짝 등장해 짧은 공연을 선보였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부산과 서울에 이어 대구에서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캐릭터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마스코트 '오유령'은 카리스마 넘치는 팬텀의 귀여운 캐릭터 버전이다. 꽃잎을 하나씩 떼며 여주인공 크리스틴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는 모습의 오유령 인스타그램 포스팅에는 2000개 넘는 '좋아요'가 달렸다. 지난 6월 한정 수량으로 제작된 오유령 아트 피규어는 프리 오더가 시작된 지 5일 만에 매진됐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식 마스코트인 '오유령'의 인스타그램 포스팅. 2000개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사진 클립서비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식 마스코트인 '오유령'의 인스타그램 포스팅. 2000개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사진 클립서비스

전문가들은 뮤지컬을 자주 접하지 않는 잠재 관객을 객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뮤지컬 마케팅이 보다 적극적이고 형태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뮤지컬 시장이 커지고 여러 작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며 "관객 풀을 넓히기 위해 쇼핑몰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 깜짝 이벤트를 열어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친숙하게 느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