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바다 보며 일하고, 밤엔 낚시 즐긴다…현실 된 '직장인 로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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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서모(45)씨는 한 달에 한 번씩 강원 동해안에서 워케이션을 즐기고 있다. 퇴근한 서씨가 바닷가에 설치한 낚싯대. [사진 독자]

직장인 서모(45)씨는 한 달에 한 번씩 강원 동해안에서 워케이션을 즐기고 있다. 퇴근한 서씨가 바닷가에 설치한 낚싯대. [사진 독자]

한 달에 한 번 '동해안'에서 워케이션 즐겨 

서울에 있는 직장에 다니는 서모(45)씨는 매달 한 차례씩 강원 동해안 바닷가에 머물며 워케이션(Workation)을 하고 있다. 바다 낚시가 취미인데 낮에는 일하고 밤이 되면 바다로 나가 붕장어 낚시를 한다. 이번엔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삼척과 강릉에서 워케이션을 즐겼다.

지난달 30일엔 삼척의 한 방파제에 겨울 텐트 치고 등유 난로를 켠 뒤 낚싯대 두대를 설치했다. 여기에 추위를 이겨 낼 어묵탕을 끓여 먹으며 낚시를 했다.

서씨는 “노트북과 휴대전화만 있으면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얼마 전부터 워케이션을 자주하고 있다”며 “업무를 마친 후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고 취미 생활도 즐긴다" 말했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산과 해변 등 휴가지에서 일과 휴식을 병행하는 새로운 근무·여행 형태를 말한다.

전국 자치단체가 ‘워케이션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워케이션을 통한 관광활성화와 생활인구 증가 등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주요 관광 도시가 워케이션 수요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생활인구는 기존 주민등록 인구뿐만 아니라 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체류하는 사람과 외국인을 말한다.

직장인 서모(45)씨는 한 달에 한 번씩 강원 동해안에서 워케이션을 즐기고 있다. 퇴근한 서씨가 바닷가에 설치한 텐트와 등유난로. [사진 독자]

직장인 서모(45)씨는 한 달에 한 번씩 강원 동해안에서 워케이션을 즐기고 있다. 퇴근한 서씨가 바닷가에 설치한 텐트와 등유난로. [사진 독자]

워케이션 이미지. [중앙포토]

워케이션 이미지. [중앙포토]

속초시 '글로벌 워케이션 수도' 선포 

강원 속초시는 지난달 27일 ‘글로벌 워케이션 수도’ 선포식을 열고 휴양형 대표도시로 조성하기로 했다.

속초시는 올해 강원특별자치도 내 워케이션 인식조사에서 선호지역 1위로 꼽혔다. 강원관광재단과 서울경제진흥원이 공동 진행한 올해 속초 워케이션 운영실적을 보면 총 117개 기업, 연인원 2만622명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속초시는 호텔과 리조트가 많은 강점을 살려 나 홀로형, 동료와 함께형, 가족형 등 참가 유형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고속철도가 3년 뒤 완공되면 수도권과 1시간대로 가까워진다. 앞으로 속초에서 일하면서 서울에 출장을 가는 역발상이 필요하다”며 “속초에서 주말 동안 쉬고, 월요일 아침 수도권으로 가는 라이프 스타일이 유행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부산 동구 부산역 인근 아스티 호텔 24층에 개소한 ‘부산 워케이션 거점센터’. 송봉근 기자

부산 동구 부산역 인근 아스티 호텔 24층에 개소한 ‘부산 워케이션 거점센터’. 송봉근 기자

워케이션 선호지역 '바다'가 있는 곳 

워케이션 선호지역은 대부분 바다와 접한 도시다. 특히 제주도를 빼놓을 수 없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지난 10~11월 전국 직장인 111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는데 직장인이 바라는 워케이션 지역은 제주(32%)가 가장 많았다. 이어 강원(20%)·서울(19%)·부산(14%)·경기(6%) 순이었다.

선호하는 형태는 산과 바다 등 휴양지에서 업무를 하고, 퇴근 후 휴식을 취하는 ‘휴양형(지역 체류형)’이 74.9%로 가장 높았다. 이어 도심 호텔에서 부대 서비스를 즐기며 휴식하는 ‘도심형’이 21.2%, 다양한 농촌 체험 활동을 병행하는 ‘농촌ㆍ전통 체험형’이 3.5%로 집계됐다.

실제 올해 제주에서 일과 휴가를 병행하는 워케이션에 참여한 사람은 1만명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제주도는 민간 워케이션 바우처 지원사업 운영업체인 민간 오피스 시설 16곳을 통해 워케이션 참여 인원을 파악한 결과 제주도 외 기업 임직원 9760명이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기업 자체적으로 숙박시설을 빌리거나 소규모 오피스 시설을 가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제주 워케이션 이용객은 1만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

자료 : 대한상의

자료 : 대한상의

제주도 내년 워케에션 이용자 2만명 유치 목표   

제주도는 올해 처음 시행한 민간 워케이션 바우처 사업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워케이션 이용자 2만명 유치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 워케이션바우처 사업은 타지역 기업 직원이 제주도 내 민간 오피스 시설을 이용하면 오피스(숙박료 포함)와 여가 프로그램 이용료를 1인당 최대 52만원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인천보다 인구가 적어질 위기에 놓인 부산은 워케이션 지원 사업을 통해 생활인구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부산 인구는 지난 8월 기준 330만 2740명이다. 같은 기간 인천은 298만 5152명으로 제2 도시 타이틀을 넘보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행정안전부 지방소멸대응기금 60억원을 받아 인구감소지역인 동구ㆍ서구ㆍ영도구 등을 중심으로 워케이션 거점센터 1곳과 위성센터 3곳을 열었다. 대도시 기반 시설과 해양 관광 자원을 갖춘 강점을 살려 일과 휴양을 위한 체류 인구를 사로잡고 기업을 유치하는 게 목표다.

제주시 조천읍에 위치한 워케이션 공간. 최충일 기자

제주시 조천읍에 위치한 워케이션 공간. 최충일 기자

부산은 '비즈니스형 워케이션'으로 차별화 

강원과 제주의 ‘관광형 워케이션’이 아닌 ‘비즈니스형 워케이션’으로 차별화했다. 서울에 본사를 둔 기업이 부산에 지사를 설립할 때 센터를 임시 지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워케이션이라는 새로운 근로문화는 지역관광 활성화·생활인구 유입 등 지역경제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며 “지자체가 기업유치 등을 위해 다양한 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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