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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도 못버틴 땅, 쑥대밭 됐다…"울릉도서 검은옷 입지마라" 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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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꿩을 일컫는 '장끼'가 갈대숲을 거닐고 있다. 연합뉴스

수컷 꿩을 일컫는 '장끼'가 갈대숲을 거닐고 있다. 연합뉴스

1일 경북 울릉군청 제2회의실에 엽사(獵師) 10여 명이 모였다. 육지에서 온 이들은 오는 11일부터 내년 2월 7일까지 59일간 울릉도에서 포획단으로 활동하며 ‘꿩과의 전쟁’을 할 예정이다. 울릉군은 지역 골칫거리인 꿩 소탕 방안을 논의하고 엽사에게 총기사고 방지 등 사냥 중 주의사항을 교육하기 위해 이날 간담회를 마련했다.

울릉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꿩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육지와 약 210㎞ 떨어져 있는 섬 울릉도에는 ‘농가 기피 대상 3종’으로 꼽히는 고라니와 멧돼지·까치가 서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유일하게 꿩이 활개를 치면서 농작물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이를 소탕하기 위해 울릉군은 올해 1600마리 포획을 목표로 잡고 엽사 16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해 10명보다 6명이 늘어난 숫자다.

주민 기르던 꿩 탈출한 뒤 급증

울릉도에는 애초 꿩이 살고 있지 않았지만 1980년대 을릉군 저동에 살던 한 주민이 식용과 관상용으로 수십 마리의 꿩을 키우던 중 태풍으로 우리가 망가지면서 꿩이 탈출해 섬 전체에 급속도로 늘었다. 꿩이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하게 된 것은 울릉도에 매나 독수리 같은 천적이 거의 없어서다. 울릉군이 2016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울릉도에는 꿩 1만 마리 이상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북 울릉군에서 서식하는 꿩이 엽사의 총에 맞아 포획된 모습. 사진 울릉군

경북 울릉군에서 서식하는 꿩이 엽사의 총에 맞아 포획된 모습. 사진 울릉군

꿩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자 울릉군은 1998년부터 꿩잡이를 본격적으로 실시했다. 매년 수백 마리를 잡아 개체 수를 크게 줄이는 데 성공해 2007년 꿩 포획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다 2012년쯤부터 다시 꿩이 활개를 치자 소탕을 재개했다. 최근 포획한 꿩 수는 2017년 275마리, 2018년 134마리, 2019년 152마리, 2020년 383마리, 2021년 268마리다. 그러다가 지난해엔 806마리로 급증했다.

나물 새순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

울릉도 꿩은 떼로 몰려다니며 봄철 울릉도 특산물로 농가 주요 소득원이 되는 명이(산마늘) 새순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 부지깽이·미역취·옥수수·더덕 새순도 꿩에겐 좋은 먹이다. 꿩 무리가 한 번 휩쓸고 간 밭은 쑥대밭이 되고 만다.

반면 울릉도에서 한때 서식했던 까치는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경북도는 1991년 울릉도에 까치 34마리를 서식하도록 풀어놨다. 당시 주민은 길조라며 크게 반겼다. 하지만 까치는 울릉도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5~6년 뒤부터 점차 모습을 감추기 시작하더니 2000년대 들어서는 완전히 사라졌다. 울릉군은 현재 섬에서 까치가 완전히 멸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울릉도 전경. 연합뉴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울릉도 전경. 연합뉴스

평지에 주로 서식하는 까치에게 울릉도 지형이 잘 맞지 않아 제대로 번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평지는 물론 구릉·산간초지·숲 등 가리지 않고 서식하는 꿩과는 대조적이다. 그중에서도 꿩은 천적들로부터 몸을 숨기기 좋은 우거진 수풀 속에 머무르기 좋아하는데, 전문 엽사가 아니면 꿩 포획이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포획단 활동 시기 안전사고 유의”

울릉군은 총기 사용에 따른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포획단에 눈에 잘 띄는 밝은 복장을 착용하도록 하는 한편 주민과 관광객에게는 산행을 자제할 것을 알리고 마을 곳곳에 플래카드를 설치할 계획이다.

울릉군 관계자는 “울릉도에서 꿩이 활개를 치면서 농가들에 큰 해를 끼치고 있다”며 “겨울철 유해조수 개체를 줄이지 않으면 내년에 더욱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포획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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